- 아버지가 맛이 없답니다.
얼마 전에 대대적인 옥수수 수확이 있었다. 아직 완전히 다 익은 것은 아니였었지만, 새들로 인해 결국 안 익은 것까지 모두 따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봄에 열심히 심고, 가꾸어온 옥수수를 새들은 마치 자신들만의 것이라도 되는 것마냥 짹짹되며 항의했다.
옥수수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썩은 부분은 잘라냈다. 숨어있던 애벌레들은 어찌나 야금야금 잘도 파먹었는지 수염들이 모두 잘려 있을 정도였다. 벗겨내는 중간 한 겹은 남겨두는 거다 , 어차피 벗긴거다 그냥 다 벗겨도 된다를 두고 부모님 사이에 작은 다툼이 있었지만, 다 삶아서 보관할 거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결국 다 벗겨버리기로 하셨다.
한쪽에선 엄마가 삶아준 옥수수를 잘 먹고 있었는데, 옥수수를 삶아준 엄마는 여전히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엄마는 옥수수 알갱이들을 작은 냄비에 담고 팔팔 끓이고 계셨다.
아무리 봐도 뭘 만드시는지 모르겠기에 그저 하염없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도깨비방망이라 불리는 핸드 믹서기를 손에 든 엄마는 열심히 삶은 옥수수 알갱이들을 갈고, 거기에 삶은 감자를 넣고 또 갈아 다시 끓이시면서 간을 하셨다. 엄마가 바란 음식은 옥수수 감자죽이었다.
어느 식당에 갔을 때 무척 맛있게 드셨다면서 그 음식에 대한 재연을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엄마 손으로 다시 재연된 음식은 엄마의 바람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부드럽고 걸리는 것이 없는 죽이였다는데, 엄마가 만든 건 옥수수 겉껍질을 일일이 씹어야만 삼킬 수 있는데다 약간 썰컹하기까지 한 죽이였던 것이었다.
엄마는 아마도 옥수수를 더 삶아야 하고, 옥수수 겉 껍질을 모두 제거해야만 전에 식당에서 먹어보았던 음식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으셨다.
엄마가 만든 뜨거운 옥수수 감자 죽은 나름 맛있었다. 씹히는 게 많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가 내어준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하지만 그때 아버지는 밭에 계셨고, 결국 밭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만든지 시간이 좀 지난, 식은 죽을 드시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늘 손은 쉬지 않으며 간식을 섭취하시던 아버지는 이번만은 조용히 쟁반째 그릇을 밀어냈다. 단 한수저 드셨을 뿐이었다.
어쩐지 예상되었던 그림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웃었다. 엄마는 무척 실망하신 모습이었다.
"다음엔 껍질을 벗기고 만들어봐야겠어."
말이 쉽지 옥수수 알알이 그 많은 껍질을 어떻게 벗기나 난감한 모습을 보이는 나를 보신 엄마는
"강원도는 옥수수 산지니까 그곳엔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기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하셨다.
글쎄...? 그런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