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니스홍 Mar 07. 2019

면접, 애인

앎의 두 가지 방식

윗 그림의 왼쪽을 보자. 면접관 하나가 여러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보는 중이다. 첫 번째 지원자에게 묻는다."특기가 뭐지요?" 두 번째 지원자에게 묻는다.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네 번째 지원자에게 차례로 묻는다. 이렇게 100명의 지원자를 만나 면접을 보았다고 하자. 고된 하루를 보낸 후 면접관의 머릿속에는 그 앎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 100명에게 한 마디씩 물어보았으니 100가지 서로 다른 지식을 갖게 되었을까? 아마 가장 인상깊었던 몇 명 외에는 대부분 기억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이것은 선별하는 모델이다. 선별되지 않을 사람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윗 그림의 오른쪽을 보자. 사람 둘이 사랑을 한다. 둘은 엄마와 자식일 수도 있고, 아빠와 자식일 수도 있고, 이성간 혹은 동성간의 깊은 관계일 수도 있다. 둘이 함께 자유로운 하루를 보냈다고 하자. 함께 차를 타고 밥을 먹고 놀러 가고 업어주고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 고된 하루를 보낸 후, 한 사람의 머릿속에 남는 지식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 그 모든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것은 관계맺는 모델이다. 관계맺는 대상의 사소한 변화 하나까지 기억한다. 단 하나의 대상에 대하여 다양한 각도의 면을 본다.


앎이라고 생각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선별하는 모델과 관계맺는 모델. 둘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다른 쓸모를 보인다. 예컨대 업무상 어떤 대량의 정보 중에 특정한 것을 골라내야 할 때는 선별하는 쪽이 낫다. 얕은 앎이다. 반면 깊은 앎을 위해서는 관계맺음이 필요하다. 하나에 대하여 이렇게도 만져보고 저렇게도 맛본다. 단 하나에 대하여 이런 면과 저런 면을 다양하게 겪을수록 깊은 앎으로 나아간다. 백 명의 애인을 사귄대도 한 명을 깊게 사귀는 것에 비할 수 없듯, 앎도 또한 그렇다. 선별은 얕은 앎이고, 관계는 깊은 앎이다.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살펴보자. 챕터 1을 배운다. 챕터 2를 배운다. 챕터 3을 배운다... 이렇게 10 챕터까지 배우고 나면, 앞 부분은 새카맣게 잊고 만다. 선별을 하는 중이었다면 몰라도 깊은 앎을 위해서는 좋은 방식이 아니다. 하나의 챕터 안에서 하나의 페이지 안에서 하나의 문장, 그것과 내가 소중하게 관계를 맺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한 번 깊은 관계를 맺고 나면 그 다음 관계를 맺을 때도 이전에 맺었던 정도의 깊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 깊은 앎의 목적은 책 한 권을 다 떼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문장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