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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스홍 Apr 22. 2019

나는 다르게 살거야

특별한 사람 되기

남들이 다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졸업해서 직장 다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다가 은퇴하는 시시한 인생을 산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나는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지 않다. 특별한 커리어패스를 만들어서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다.


관습을 따르는 모습이 다 똑같이 지루해 보이고 때로는 개성없고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특별하게, 또 다르게 살겠다면서 피아노를 손바닥으로 쾅쾅쾅 친다면 어떨까. 다른 건 맞는데 아무도 그 음악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이 유용함까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르기 때문에 안좋은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어떤 일을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했을 때 어지간한 효용을 본다는 검증된 모델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관습과 다른 길을 살겠다면 그 결과도 더 유용하다는 것까지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다른 길이라는 것이 지속가능해진다. 사람 사회에서는 어떤 것이든 다른 사람이 받아들여야만 그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결과란 기존의 방법을 비난하거나 밀어내는게 아니라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의 것을 포함하면서 그보다 더욱 일반적이고 유용한 뭔가를 만들어내는게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다름과 유용함을 둘 다 일컫는 말이다. 다르기는 쉽지만 유용하기까지 하려면 대단히 어렵고, 그래서 창의성이란 다름이 아니라 유용함에 더 방점이 있는 개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중력 이론을 무시하거나 없애버린게 아니다. 상수의 크기에 따라 뉴턴의 공식으로 환원이 된다. 스티브잡스가 내놓았던 아이폰은 기존의 핸드폰을 무시한게 아니라 포함하면서 더욱 유용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기존의 것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결과는 내놓을수 있을지 몰라도 창의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관습이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인류가 여태껏 이뤄놓은 문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말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 내가 제시하는 방식이 맞을 가능성이 높을까, 관습이 맞을 가능성이 높을까. 관습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잘 모르겠으면 전통을 우선 따르는게 낫다. 남들사는대로 살기싫다고, 또 관습이 구닥다리라고 거부해버리면 나는 모든 것을 혼자서 발명해내야 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혼자 시들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람은 원래 서로 다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 와중에 전통을 지키고 관습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생각이 없거나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쪽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삶의 어지간한 것들에서는 전통을 따르고, 그중에 자기가 정말로 바꾸기 원하는 영역에만 자신의 색깔을 집중하는게 효과적이다. 전통을 포함하면서 개성을 발휘해야 정작 개성이 한껏 발휘된다.


다수가 지지하는 길은 내가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혼자서 모든 것을 재발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겠다는 말이 유행인 시대라지만,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식이면 창의적이거나 개성넘치는게 아니라 물정을 모르고 떼쓰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내 인생의 대부분의 영역을 전통에 위임하는 쪽이 오히려 개인의 소수의 영역에 개성을 집중해 실제로도 유용한 뭔가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게 전통과 관습이 하는 역할이고, 그래서 세대를 거칠수록 인간의 문명이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전통과 관습 때문에 나의 개성이 억압을 겪는게 싫다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소비자는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 집단이고, 개성은 상쇄되어 집단의 관습과 상식이 두드러진다. 우리 회사의 개성넘치는 제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가 소비자의 안목이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우리 제품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것일까? 우리 제품이 유용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충분히 좋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식이 곧 억압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개성넘치는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소비자의 눈높이를 탓하는 사장은 제품을 팔겠다는게 아니라 떼를 쓰고 있는 셈이다. 무작정 다르기만 한 제품보다 충분히 관습적인 제품이 더 잘 팔리고, 그 와중에 제품에 포함된 약간의 개성이 더욱 유용한 경쟁우위를 갖게 한다.


같은 의미의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베토벤의 악보가 제시하는대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어렵고 벅차다면 그건 베토벤이 나의 개성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를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정말 유능한 피아니스트는 기존의 악보를 그대로 다 치면서 거기에 자기 색깔을 얹어 음악을 발전시킨다. 악보는 나를 억압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자유로우면서 발전된 연주를 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 나는 다르게 살겠다거나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유행어는 피아노를 제대로 쳐보지도 않은 단계에서 악보를 거부하는 떼쟁이의 합리화로 작동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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