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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기 Jun 20. 2022

나만의 명품을 만든다는 것 - 가죽공예

흉내만 낸 수공예

단 하나뿐인 나만의 명품 만들기

명품이란 건 비싼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나하나 장인의 정성으로 만들어 귀한 물건이 명품이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질 좋은 재료들을 구해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은 온전히 나만의 것인 명품이 된다. 내 손으로 만든 특별한 가죽제품에 대한 로망으로 가죽공예를 시작하곤 한다.


작은 소품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도구가 필요해?!

소박한 로망으로 시작하기에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다. 필요한 도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죽을 잘라 이어 붙이는 것만이라면 가죽칼과 바늘에 실만 있으면 그만이겠지만, 가죽으로 만들고 싶은 카드지갑이나 작은 파우치나 가방에는 그것만으로 충분치가 않다.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이 필요하고, 끈을 연결할 고리가 필요하다. 그것들을 연결할 구멍을 뚫어야 하고, 부자재를 붙여야 한다. 도구를 최소한으로 사려고 애쓴 내가 가진 도구들만 해도 아래 사진과 같다.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바닥에 깔 재단판과 가죽의 두께를 얇게 깎는 피할기도 있다. 여기에 재단면과 거친 안쪽면을 칠할 도료들, 색상별 실과 왁스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가죽 원단도 준비해야 한다. 금속 버튼과 D링, 아일렛 등 부자재도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 구해야 한다.


공방의 강습이나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하자

준비물을 다 준비해도 저렴하게는 10만 원 안팎으로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저 도구와 부자재들을 한꺼번에 일일이 고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 데다가, 저렴한 걸로 구해도 되는 도구도 있지만 가격이 결과물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차근차근 필요한 도구를 구하는 편이 좋다.

따라서 처음에는 가죽공예공방의 강습을 이용하거나 하다못해 원데이 클래스라도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공방에서는 이미 구비된 도구와 장비들을 이용할 수 있고, 도구와 재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층간소음의 부담 없이 망치질을 할 수도 있고, 가정용으로 구비하기 힘든 편리한 전용 공구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의 사무직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들에 일희일비하며 지내곤 한다. 결과들은 추상적인 지표들, 속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들 뿐이다. 그 속에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짐작으로 이루어질 뿐이라, 어떤 날은 그럭저럭 자긍심을 갖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아무짝에도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존감 지옥에 놓이기도 하다가 언젠가는 결국 아무 의미 없는 일의 반복이라는 공허감에 빠지기도 한다.


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다. 나의 노력과 능력을 작더라도 구체화하여 직접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무언가 만들어보기로 했고, 하필 그때 필요했던 명함지갑을, 이왕이면 튼실한 가죽으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다.


가죽공예품을 완성하려면 여러 단계가 필요했다. 적당한 두께의 가죽을 골라 펼쳐 매끈한 가죽면을 쓰다듬으며 사용할 부분을 정한다. 힘을 주어 한 번에 잘라내고 단면을 정리한 후 신중하게 바느질할 구멍을 뚫으려 망치로 한 번씩 두드려준다. 맞잡은 바늘을 교차시키며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가죽면들을 맞춰나간다. 적당한 자리에 구멍을 내어 똑딱이 버튼을 대고 콩콩콩 망치질로 단단히 달아준다.


가죽을 자르거나 바늘을 통과시키는 건 천이나 종이에 작업하는 것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손을 다치기 십상이었다. 손가락이며 손목이며 어깨와 등까지 뻐근하지만 힘들인 만큼 완성물을 보노라면 하나하나 내 새끼 같고 애틋하다.


직접 만든 물건들은 귀퉁이 아귀가 조금 어긋나버리거나 바느질 구멍 하나가 약간 벌어져버리기도 했지만 언듯 봐서는 티 나지 않고 그럭저럭 쓸만했다. 재료비를 생각하면 기성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할지도 모르지만, 만들며 느낀 설렘과 결과물로 받은 성취감까지 계산한다면 남은 것이 더 크다.


이제는 명함이 없어서 명함지갑도 필요 없다.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가죽지갑이며 가죽 가방은 모두 천 소재로 바꾸었다. 그래도 집에 두고 쓰는 작은 소품 몇 가지는 여전히 잘 쓰고 있다. 그리고 기억해두고 있다.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해내는 기쁨을, 생산하는 인간으로서 살아있다는 감각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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