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요리를 싫어하셨다. 아니, 과거형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도 싫어하시니까. 그 옛날에 가사도우미가 있는 집에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어머니에게 요리는, 없는 집에 시집와서 하게 된 고생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식탐이 없는 편인 어머니에게 매일 끼니를 챙기는 것은 그저 가족을 위한 희생과 노동일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열 살 때 어머니가 병으로 누워계신 동안 혼자서 계란후라이를 해 먹은 나에게 그토록 칭찬하셨던 것은. 열 살짜리가 계란 프라이 하나 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동네방네 자랑까지 하셨다.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고도 자랑 한 번 않던 분이 말이다.
칭찬을 고파하던 어린이인 나였지만 그 계란후라이에 대한 과한 칭찬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알고보면 핀잔받을 일이었으니까. 요리를 싫어하는 어머니의 반찬들은 건강만 생각해서 밍숭밍숭하니 어린 입맛에는 맛이 없었는데, 요양 중인 어머니에게 반찬투정을 할 수도 없고 하니 좋아하는 달걀을 몰래, 케첩도 왕창 뿌려서 해먹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달리 나의 식탐은 어찌나 왕성한지 부끄러울 지경이다. 주어진 건 군말 없이 다 잘 먹긴 하는데, 사실은 입맛도 까다롭다. 비좁은 자취방에서 고구마 줄기를 짜지 않고 고소하게 볶아먹으려고 가스버너를 빌려오고, 전화 한 통이면 배달되는 떡볶이지만 지금 이 순간 먹고 싶은 바로 그 애매한 맛을 위해서 직접 떡볶이를 해야 할 만큼.
서울에 올라와서 입맛에 맞는 것을 갈구하는 식탐은 폭발해버렸다. 서울 김치는 내 입에 싱거웠고, 서울 나물은 밋밋했고, 서울의 소고기국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멀거니 허연 것이 맛없는 건 아닌데 뭔가 부족했다. 모든 요리를 직접 하지는 못해도 김치를 사면 액젓을 더해서 새로 버무려먹었고, 꼭 먹고 싶은 나물은 직접 맛을 보며 무쳤고, 내 식대로 국을 끓였다.
요리라고는 하지만 결국 흔한 반찬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나만이 알 수 있는 내 입맛에 완벽하게 맞춘 요리를 먹을 때면 입안이 만족감으로 가득 찬다. 그 순간만큼은 미슐랭 별 붙은 레스토랑에 앉은 사람도 부럽지가 않다. 거기다 그걸 만든 게 나 자신이라니, 세상을 다 이긴 듯하다.
물론 사 먹을 때도 많고 매일 먹는 모든 음식을 직접 요리하지는 않는다. 매일매일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의무감에서 하는 요리는 나에게도 번거로운 가사노동이 될 텐데, 그렇지 않으니 취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무감 없이 오로지 내 혀에 닿을 맛과 내 입에서 넘어갈 식감에만 집중하니 즐거운 것이고, 그러니 취미가 될 수 있을지도.
어쨌거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그중에 먹는 것을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고 100%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행위, 그것이 요리다.
식탐 넘치는 당신, 입맛이 까다로운 당신, 요리를 시작하라.
라면만 끓여도 요리라는 취미를 즐길 수 있다
요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식재료를 먹을 수 있게 다듬거나 익히는 것, 간을 맞추고 양념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맛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라면 하나를 끓여먹더라도 계란을 그냥 넣을지 풀어서 넣을지 파를 넣을지 말지 김치를 넣어 같이 끓일지 따로 곁들여 먹을지 면을 꼬들하게 삶을지 퍼지게 할지 고민하며 맛을 상상하며 끓이려 노력했다면, 그것은 이미 요리다.
처음 하는 요리는 인터넷을 따라 하라
요리를 처음 할 때는 재료나 양념의 적당한 양을 가늠하기도 어렵고, 어느 정도가 충분히 조리된 상태인지도 잘 몰라서 맛이 나기도 전에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먹기 시작하다가 좌절하곤 한다. 처음 해보는 요리는 가급적 유튜브나 블로그의 자세한 설명과 영상, 사진자료를 보면서 따라 하는 것이 실패하여 음식물쓰레기통행이 될 확률을 줄이는 길이다. 완전 초보라면 요리 이름 앞에 '초간단'을 쓰고 검색하는 걸 추천한다. 요리 설명에 대한 감이 잡히고 나면 마음에 드는 요리책을 구해두고 하나씩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한식 기준 필수 준비물
칼, 도마, 재료를 담을 접시나 볼,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등의 화구는 모든 요리에 공통으로 필요하다. 냄비와 프라이팬은 국자와 뒤집개 정도는 비싸지 않은 것으로도 구할 수 있고, 주방용 가위가 있으면 유용하다.
한식을 중심으로 한다면 양념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소금, 설탕,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참기름, 식초, 다진 마늘 등이다.
국간장이 있으면 좋지만 없을 때는 간장 조금에 소금으로 엇비슷하게 맛을 낼 수 있다. 올리고당이 필요할 때는 설탕 양을 조절하여 대체할 수 있고, 매실청이 필요할 때는 약간의 식초와 설탕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아예 생략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
바닷가 지역의 입맛이라면 액젓 하나는 구비해두자. 국이건 나물이건 액젓을 조금 넣으면 어지간한 화학조미료보다 입맛에 맞을 것이다.
굴소스는 특유의 감칠맛을 위한 양념인데, 간장과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맞추면 조금 아쉬운 맛이지만 요리를 완성할 수는 있다. 굴소스를 이용한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해 먹을 것 같다면 하나 사두는 것도 좋다.
국물요리를 좋아한다면 육수는 생명이다. 육수용 멸치와 다시마를 냉동실에 넣어두자. 요즘은 부직포로 된 다시팩이나 육수용 재료를 건조 압축하여 알약 형태로 팔기도 하니 쉽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