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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기 Oct 12. 2022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그림에세이

졸참나무에 도토리가 열렸다. 토실한 도토리를 주워 모으는 어린 아이들의 통통한 손가락이 귀엽다. 차가운 바람에 쓸쓸해져도, 귀여운 도토리들은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세상의 주인공인 것만 같던 어린 시절, 숲에서 찾은 도토리 한 알은 모험에서 발견한 진귀한 보물이나 다름 없었지.



가을 풍경의 배경처럼 조그맣게 무더기를 이룬 작은 꽃들도, 담벼락 아래의 작은 세상에서는 피고 지고 틈새를 비집고 꽃대를 올리는 치열한 생의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보잘 것 없는 내 삶의 시간도 허무하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내 작은 세계안에서만은 성실한 주인공이 되어야지.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해바라기가 장승처럼 서있다.  해바라기가 지면서 바람은 더욱 차가워진다. 지난 시간이 의미있는 시간이었기를, 다가올 시간또한 평온하기를 해바라기 장승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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