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N의 상관관계(11)

너의 손으로, 너의 눈으로

by 레기

N은 오랜만에 흡족해졌다. 몇 주 전 남편 지훈이 여직원과 데이트를 즐기는 걸 잡았을 때는 혹시 지훈이 되려 여직원 편을 들고 이대로 다 끝날까 봐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 지훈은 죄지은 자답게 무릎 꿇고 빌었고, 여직원이 하도 졸라대서 어쩔 수 없이 몇 번 기분을 맞춰준 것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놨다. 바로 옆에서 부들부들 떠는 여직원의 꼴이 우스웠다. 혹시나 지훈과 많이 닮지 않은 아이 때문에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전화위복이랄까."

N은 지난밤에 지훈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선물한 꽃다발을 화병에 꽂고 사진을 찍었다. 지훈은 돈으로 아내와 자식을 책임지고 있다며 가끔 드러내던 권위적인 모습도 내려놓은 듯했다. 상황을 알게 된 시댁에서도 요즘은 N에게 조심하는 눈치였다. 든 것이 자리를 잡고 모두가 N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S의 연락에도 온화하게 웃을 수 있었다. 확인할 게 있다며 꼭 만나야 한다는 S 때문에 화장도 못한 채로 집 앞으로 나갔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벤치 네 개가 있는 집 앞 작은 공원에는 만개한 벚꽃이 붉은빛의 가로등 불을 받으며 넘실거리고 있었다. 벚나무 아래에 S가 기다리고 있었다. N은 트렌치코트로 가려지지 않은 낡은 리닝 바지가 신경 쓰여 손으로 코트 깃을 꼭 잡고 종종걸음으로 S에게 다가갔다.


"이상한 글이 있어서..."

"무슨 소리야? 이상한 글이라니?"

"너..., 아니지?"

"아니, 얘가 뜬금없이 사람 불러놓고 무슨 소리야?"


S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N에게 내밀었다. S에 대한 비난 댓글들이 모아져 있었다. S는 목소리가 떨릴까 두려웠다.


"나한테 믿을 사람이라고는 너 밖에 없는데..., N이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도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았어. 예전부터 쭉 알고 지낸 사람은 너뿐이라서."

"너, 사람을 뭘로 보고!"

억울하다며 성내는 N을 보며 S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N은 그런 아이 일리가 없었다. 그리고 없어야 했다. 괜한 의심을 했던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S는 가로등 불빛에 비친 N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입가에 얽은 초라한 잔주름. 매서운 눈매. 신경질적으로 찢어지는 목소리. N이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의아했던 S는 문득 깨달았다. S는 언젠가부터 N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 어쩌면 처음부터 한 번도 N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난 아니야. 이런 일 있는지도 몰랐고, 난 요즘 우리 집 일만으로도 아주 정신없어 죽겠다고.

너 힘든 건 알겠는데, 너만 힘드니? 이런 걸로 갑자기 불러내고 그러면 어떡하니. 가 그러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거야.

아무리 친구였다지만 예의는 지키고 살자, 얘."


N은 S에게 태블릿을 건네고 집으로 돌아섰다. 태블릿에 떠 있던 알람이 S의 눈에 띄었다. 10분 전 N이 올린 사진과 그에 덧붙인 짧은 글이었다.


남편의 선물. 이번엔 꽃다발!
내 인생 전부인 내 남편과 내 아이와
누구보다 아름답게 꽃같이 행복하게 살 거야


사진 속 N은 짙게 화장을 하고 강한 조명으로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 주름 하나 없는 반들반들한 모습이었다. 앞에 둔 꽃보다 N의 얼굴이 더 희고 입술은 더 붉었다. 배경까지 신경 쓰지는 못한 듯 N의 뒤로는 고급스러운 탁자 위에 켜져 있는 노트북이 흐릿하게 보였다.


S는 태블릿을 후려치듯 던졌다. 뒤돌아서 걸음을 떼던 N이 풀썩 쓰러졌다. 부서진 태블릿의 파편 위로 붉은빛 벚꽃잎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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