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론에 겁먹지 마라
그래서 결혼하면 좋으냐고 물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다. 결혼은 서로의 법적인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하는 계약이다. 그래서 우리의 신상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늙으신 부모님 혈압 올려가며 통보할 필요 없이 다른 사람 손 빌릴 필요 없이 서로가 책임지고 보호해줄 수 있다. 이게 진짜 결혼해서 좋은 점이다. 설거지론이니 뭐니 자꾸 집과 돈과 경제권과 사랑과... 이런 이야기뿐인데, 진짜 결혼은 서로 보호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한쪽이 가정 전체를 책임지고 다른 한쪽이 요구하기만 하는 건 괴이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기도 하는 것을 나도 보았고, 알고 있다. 다만 정말로 사랑이라곤 전혀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미 내사람이 된 사람과의 사랑표현은 선택을 갈구할 때의 표현과 다른 법이라 오해를 사기 쉬울 뿐이다.
주변에서 본 많은 여성들은 남편에게 애정을 표현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부분이 채워질 때까지 애정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중이기도 해서, 가려진 부분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자도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점을 상상도 못 하는 여성들도 많아서, 어머니대로부터 배워온 대로 바가지 긁고 생활을 통제하는 것으로 '챙김'이라는 형태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런 방식이 맞고 틀리고는, 그 부부 둘만 알 수 있다. 어떤 부부는 그런 사랑이 더 끈끈하다고 느끼기도 하니까. 부디 인터넷만 믿고 결혼을 선망하지도 말고, 결혼을 비관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저러나, 이제는 '너처럼 하면 신랑 버릇 나빠진다'거나 '여자가 월급통장을 쥐어야 쉽게 안 본다'거나 '남자는 잘해주면 딴생각한다'거나 하는 소리는 당분간 줄어들 것 같긴 하다. 아주아주 조금, 진짜 조금,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