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자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런 분이 있다면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싶다.
일단그냥 살자.
그냥 다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꽤 오래 하다가 구체적으로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서였다. 남들이 보기에 이 정도면 잘 풀렸다고 생각될 만한 무렵이었다. 정작 나는 이제 꼭 해야 할 무언가도 더 이상 없으니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만날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A와의 술자리에서 술김에 그런 마음을 내비쳤다. 위로나 걱정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고, 단순히 오늘 술자리를 즐겼는데 며칠 뒤에 나쁜 소식을 듣게 돼서 놀라게 될까 봐... 뭐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온화하고 뭐든 이해해주며 적당히 유쾌했던 A는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너 진짜로 자살 같은 거 해버리면 그거 나 배신하는 거다. 난 네 장례식도 안 갈 거고 그때는 너 내 친구도 아닌 거다."
A가 그렇게 화내는 건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본 적이 없었다. 말씨가 고운 A는 안 쓰던 욕까지 섞어가며 다시는 그런 생각 안 하기로 약속하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나는 억장이 무너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이 터졌다. 그래도 A는 단호했다.
"어떻게 살긴 뭘 어떻게 살아. 그냥 살아. 숨 쉬고, 밥 먹고, 잠자고."
아니, 힘든 건 난데 뭘 화까지 내고 그러나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 무거운 이불을 덮은 듯하기도 하고 내 발이 디딘 땅으로 굵은 뿌리 하나가 박혀내리는 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그냥 살기를 잘했다 싶다. 상황이 좋아진 건 없지만 그냥 숨 쉬고, 밥 먹고, 잠자고 그렇게 삶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내버려 두고 있다. 사실 좋아지긴 커녕 더 나빠진 일 투성이지만, 그때 끝내지 않길 잘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방에 꽂아둔 작약꽃 한 송이의 은은한 향이 너무 달콤해서 살아있다는 것이 좋다.
모든 사람에게 A가 말해준 말이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혹 역으로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저 나라는 한 사람의 경험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극단적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결론은 같다.
그냥 살아보자. 삶에 의미 따위 없어도 되고, 어떻게 살아야 되나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크고 깊게 숨 쉬면서 살자. 사실 산다는 건, 그게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