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자리가 반짝인다
도시의 밤하늘에도 별은 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구름이 느릿느릿 흐르거나 바람을 타고 빠르게 흐르는 하늘도 좋고, 빨려 들어갈 듯 깊게 푸른 맑은 낮의 하늘도 좋다. 동이 트는 하늘의 잔잔한 따스함도 좋고, 해질녘 온 하늘을 불태우는 강렬함도 좋다.
어떤 하늘이든 시간을 들여 오래 바라보아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나와 상관없이 흐르는 지구와 우주의 시간, 그리고 거대한 공간의 흐름 속에 아주 작고 하찮은 나와 우리를 느낄 수 있다.
분리수거를 끝내고 가볍게 걷는 일요일 밤의 산책길에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 하나가 반짝인다. 공기가 탁해서도 그렇지만 깊은 밤조차 환한 서울에서는 별 하나 보기가 힘든데, 하나를 찾으면 두 개도 찾을 수 있는 게 별이다. 두 번째 별을 찾아 눈으로 더듬었다.
두 번째 별을 발견하자 주변의 다른 작은 별들이 보였다. 밝은 두 별 사이의 나란히 붙은 세 개의 별, 조금 더 따라가니 세 별을 둘러싼 다른 별도 보인다. 오리온자리였다. 오랜만이야, 오리온.
아는 별자리라곤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아, 북두칠성이 전부다. 더 많은 별자리를 알고 싶었지만 도시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늘 몇 되지 않았고, 열심히 책을 봐도 금세 잊기 일쑤였다. 그래도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회사원이 된 오빠가 어린 시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준 이 세 별자리만은 잊지 않고 있다. 어린 나는 다정하게 나란히 반짝이는 별 세 개가 유독 예뻐서 오리온자리를 제일 좋아했다.
오리온자리를 눈으로 맴돌며 지난번에 본 건 언제였던가 기억해본다. 그때는 눈 내린 고요한 밤이었고 그때도 신랑이 내 손을 잡고 걷던 중이었다. 또 언젠가는 너도 별을 좋아하냐고 묻던 수줍은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밤에는 별이 자꾸 흐려져 눈물을 계속 닦아내야 하기도 했다.
수백광년 거리의 우주에서 별빛이 달려 지구에 다다르는 긴 시간을 몇 번이나 만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참 자잘하게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도 지구라는 존재의 세포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별빛을 가리는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집집마다 불 켜진 아파트와 빌라들로 눈을 돌렸다. 작고 하찮지만 반짝일 수 있다. 거대함과 웅장함이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듯, 작음과 소소함이 무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작게 반짝이는 나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뒹구는 오리온 과자통 하나를 주워 분리수거 자루에 다시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