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작지만 큰 기쁨.

by lagomji
brunch_7.jpg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단말이지. drawing by lagom_ji



엄마와 옆 동네 베이글 가게를 갔었다.

아쉽게도 몇 가지 없어서 다음에 또 가려고 명함을 달라고 했는데,

가게 주인은 명함은 없고, sns에 검색하면 나온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래서 있는 것만 사서 나왔고, 약간 당황스러울 뻔했지만 왠지 마음이 가는 것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린 듯했고, 조그만 가게지만 혼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딱 보이더라는.


엄마 역시 같은 마음이었던지 나에게 명함 하나 만들어주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다.

괜히 오지랖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날 할 일을 잠시 미루고 신나서 작업을 했다. 그러고선 쪽지를 보냈다.

열심히 하는 게 멋져 보여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서 명함이 필요할 것 같아 잠깐 만들어봤으니

혹여 생각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궁금했지만 바빴는지 며칠 뒤 답장이 왔고,

죄송하지만 아직 더 생각 중이고, 그래도 너무 고맙다는 답이 왔다.


아쉽긴 했지만 내가 되려 그녀에게 더 고마웠다.

그 시점의 나는 안 그런다 해도 주변에서 하는 말에 동요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러다 보니 그려왔던 꿈을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 깎아야 하나 어쩌나 하는 고민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실질적인 도움으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그 일로 앞으로에 대한 내가 꿈꾸던 것들을 접지 않고

다시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충전한 느낌이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일이지만 어렵고 힘들고 지칠 때가 수없이 들 텐데,

그걸 알면서도 부딪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맞서서 용기 있게 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시작을 하고 있는데, 나라고 못하겠느냔 말이다.

- 엄마 말로 하자면 밥 먹은 그릇이 몇 갠데 말이다 -


그렇게 나는 베이글을 사러 갔다 왔을 뿐인데, 한량 생활이 다시 촉촉해졌다.

일상의 작은 일이지만 나에게 큰 자극이 되어 돌아오다니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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