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풀 반 잡초 반.

by lagomji
brunch_212.jpg 풀 숲으로. drawing by lagom_ji



지금부터 여름 내내 마당의 잡초를 뽑아줘야 한다.

그래야 잔디와 심어놓은 민들레나 다른 꽃들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한량이니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잡초 뽑는 도구를 주문하는 핑계로 내심 며칠 미루려 했지만

택배는 그 다음날 곧장 왔고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엄마의 부름에 마음을 먹고 마당으로 나갔다.


저번엔 그냥 꽃삽으로 했다가 손목도 아프고 불편해서 도구를 주문했는데 주문한 보람이 있었다.

잔디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잡초를 도구 사이에 두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밑으로 넣었다가 다시 위로 파서 올리면 잡초 부근이 흙과 함께 올라오는데 그때 다른 손으로 잡초를 잡아 올리면 뿌리째 쏙 빠진다.

그럼 살살 흔들어서 흙을 털어주고 알몸이 된 잡초는 세숫대야로 모아주면 된다.


그렇게 맛들려서 잡초들을 다 뽑아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신나게 뽑고 있었다.

쭈그려 앉아서 해야 하니 무릎과 종아리, 허리, 손바닥 안 아픈 데가 없었지만 뽑고 나면 앞에 또 보이고, 또 보여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한 바퀴를 다 돌아 일을 끝내니 이게 뭐라고 은근 뿌듯하면서도 밥값 좀 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나 말에서 잡초 같은 인생이라던지, 잡초처럼 끈질기게, 이런 말들을 쓰는데 정말 그 말대로 마당의 잡초들은 대단했다. 심어놓은 꽃 옆에 교묘하게 붙어서 산다던지, 그 틈이 어디 있을까 싶은 벽돌 사이 틈에 박혀서 자라고 있다던지, 민들레와 아주 흡사하게 생겨서 민들레인 척 살고 있다던지, 보기엔 금방 뽑힐 것 같은데 뿌리는 아주 깊게 내려있다던지 굉장히 억척스럽고 새삼 다시 놀라웠다.


무한 육체노동이기에 생각 없이 하다가 문득 잡초가 사람처럼 느껴졌다.

잡초처럼 사는 건 너무 힘들고 고달플 거란 생각이 있었지만, 오늘 보니 꽤나 영리하고 약삭빠른 녀석 같았다.

비록 인간 세상에서는 안타깝게도 쓸데없는 존재라 뽑혀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라면 제일 잘 사는 존재이지 않을까. 심어놓은 식물의 아름다움과 잡초의 영리함을 섞은 삶이면 정말 좋은 삶이지 않을까. 하는 딴생각도 잠깐 해봤다.


잡초 캐는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온몸은 방망이로 맞은 것처럼 아파오지만

앞으로도 가능하면 잡초관리를 내가 도맡아서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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