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7살에 한글공부를 시작했으니 둘째는 6살 가을쯤, 시작하려고 했었다. 이제 6살이 된 아이에게 공부는 이른 것 같았고 책이나 열심히 읽어줄 생각이었는데, 첫째가 나와 공부를 할 때부터 기웃기웃거리더니 이내는 오빠에게 재미있냐고 묻는 둘째. '아니야, 아직 너는 일러. 가을쯤 해도 괜찮아' 엄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오빠가 공부하는 교재를 가져가서 보기도 하고 (한글 아직 모르면서) 낱말카드도 같이 하자고 하고 관심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1월인데. 가을부터 슬슬 해도 늦지 않는데 말이지.
그리고 한두 달이 지났고 설연휴가 다가왔다. 설연휴 내내 아이들과 쿠키도 만들고 막내까지 육아하느냐고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놀이를 하다가 첫째 한글 낱말카드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둘째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나도 하고 싶어'
' ? 낱말카드 이야기 하는 거야?'
'아니, 나도 한글공부 하고 싶다고. 내 친구들은 다 해. 나만 내 이름 못 쓰고 오빠도 이제 할 줄 아는데 나도 할래, 공부'
' 음... 뫄뫄야, 날이 선선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하는 거는 어때? 아직 뫄뫄 아토피 때문에 힘들잖아. 지금 건조하고 여름 때는 더워서 공부하기 힘들 거야. 그리고 공부 하게디면 엄마랑 힘들어도 매일같이 해야 하는 걸?'
' 그래도 하고 싶어. 나도 내 이름 쓰고 싶어'
' 엄마는 뫄뫄가 적어도 여름은 지나고 했으면 좋겠어. 지금 아토피 때문에 병원도 자주 가고 여름에도 아토피 심해져서 약도 먹어야 하고 말이야. 아토피가 좀 나아지면 엄마랑 그때 하자. 알았지?'
둘째는 아토피가 심한 편이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집에서도 아토피 때문에 예민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다. 6살 1월부터 아토피 때문에 병원에 자주 자고 약을 바꾸고 바르고 있는 상태여서 아직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공부를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거는 내 순전히 나의 입장이고 생각이었다.
펑펑 우는 둘째.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다고 한글이랑 숫자 배우고 싶다고 꼬박 일주일을 매일매일 울었다. 저녁때마다 나에게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나는 결국 둘째에게 졌다. 아이에게 매일같이 해야 한다고, 책을 매일 읽듯이 밥을 매번 먹듯이 공부도 매일 같이 하는 건데 할 수 있겠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고 다짐을 듣고 (6살인데 공부다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둘째도 나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둘째가 6살에 시작한 집공부는 8살이 된 지금 순항 중이다. 공부는 습관이어서 책을 읽고 놀듯이 공부도 매일매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어려워서 하기 싫어!!'라고 말해서 나와 늘 싸우기는 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혼내는 거지만. 그래도 공부를 오랫동안 습관처럼 하게 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되겠지! 선순환으로 만들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