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 돼서야 뒤집기를 했고, 돌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걸음마를 시작했다. 언어도 느려서 병원에서는 언어치료센터에 다녀야 한다고 했지만 나와 남편은 조금 더 기다렸고, 기다리면서 아이에게 매일매일 책을 30권씩 읽어줬다. 매번 내 목은 쉬었고 그럼에도 아이가 언어노출이 돼서 말을 다른 아이들처럼 평균 수준만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3개월 내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두 돌이 지나고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는 또래를 알게 되고 말도 잘하게 되었지만, 영 한글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향적인 나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큰 결심이어서 흔한 문화센터에는 등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한글에 관심이 없는 거는?
6살이 되자 같은 반 친구들은 한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위치가 학군지여서 그런지 다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5살부터 집에서 하는 학습지, 방문 수업, 태권도 및 발레 학원, 아이스하키, 바이올린 등 이것저것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우리집은 놀이터랑 키즈카페가 끝인데..!
첫째는 그렇게 한글, 언어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처럼- 열심히 나와 동생들과 놀았다. 그래서일까? 성격은 참 유순하고 사교적이었고 나와는 다르게 낯선 이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그런던 6살 겨울쯤, 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 내 이름은 어떻게 쓰는 거야?' 드디어! 한글을 알려줄 시기가 욌구나!!! 당장 스케치북을 꺼내서 크게 이름을 써줬고 이렇게 쓰는 거라고 알려줬다. (그때뿐이었다 흑흑) 사교육을 하지 않고 한글에 관심 없는 아이는 어린이집 반에서 우리 아이만 유일했다.
그렇게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고 다시 한 해가 지나서 7살이 되었고, 더 이상 아이의 관심을 기다릴 수 없어서 첫째에게 나와 남편은 이제 초등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한글을 보면 읽을 줄은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본인 이름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수긍했고 대신에 학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7살이 된 겨울, 초등학교 입학까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그렇게 첫째를 데리고 한글과 숫자 공부, 집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