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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Nov 30. 2023

세 번째 휴직, 이제 뭘 할까?

집공부를 시작했다


2019년, 5월 휴직을 신청했다. 6월이면 셋째 출산이기 때문이다. 벌써 세 번째 휴직이다. 첫째와 둘째는 어느새 6살, 5살이 되었다. 휴직 중에 뭘 할까,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슬슬 아이들 한글을 알려줄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주변 아이들보다 늦은 감이 있다. 첫째가 한글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어린이집이 학군지 쪽에 있어서 그런가 5살에 사교육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고 6살이 되자 한글을 어느 정도 읽는 또래들이 생겨났다. 우리 아이만 한글을 모르는 상태였지만 아이가 관심이 없는걸,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 6살 가을이 돼서야 아이는 '엄마, 내 이름은 어떻게 써?'라고 물어봤다. 이제 한글을 알려줄 시기가 왔구나.


무더운 여름, 6월 말쯤 셋째를 출산하고 가을이 돼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이 한글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마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집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째, 6살 가을쯤.




한글과 수학을 이제 100일 넘은 셋째를 데리고 시작할 수는 없어서 대면 학습지의 힘을 빌렸다.(2년정도 하고 그만뒀다.) 태블릿은 하지 않았고 지면으로만 주 1회 방문수업을 받았는데 매일매일 낱말카드를 가지고 천천히 글자를 익혀나갔다. 가장 중요한 거는 많은 양의 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하는 게 중요했고 그것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매일 저녁 8시, 첫째 아이와 단 둘이 공부하는 시간. 막내는 이때쯤 저녁잠을 1~2시간씩 잠들어서 가능한 시간이다. 그 사이 둘째는 혼자 거실에서 나와 첫째가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혼자 책을 읽거나 간간히 구경을 하면서 '이거 뭐야?'라고 물어보고는 했다. 아마도 엄마랑 둘이 노는 줄 아는 듯.


아이에게는 매일 하는 세수와 양치처럼 공부도 매일 같이 하는 거라고 인식을 시켜주기 위해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공부를 매일매일 진행했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처럼 말이다. 공부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했다. 사실 쉽지는 않았다. 아이는 의자에 앉는 것부터 힘들어했고, 15분 정도 지나면 집중력이 흩어졌다. 그래서 15분은 거실 책상에 앉아서 낱말공부를 하고 15분은 종이 접기나 그림 그리기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그 시간을 좋아해 줬다.


한 달은 10분, 두 달은 15분.. 그렇게 천천히 앉아있는 시간을 늘려갔고 9월부터 시작한 집공부는 12월쯤이 되자 30분 정도는 거뜬히 앉아있게 되었다. 아이가 늘 학습을 잘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그렇게 내 휴직은 아이들 집공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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