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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Jun 27. 2024

공부는 당연히 '하는 일'로 인식하기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이 이것저것 어질러진 거실과 식탁을 치우고 막내 우유 한 잔을 따라주고 마시고 놀고 있으라고 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돌린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나의 일정. 밥을 새로 안치고 아이들 공부한 것을 살펴본다. 


매일 저녁, 아이들이 잠들어 각자 방으로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거실에 앉아서 아이들이 공부한 것을 살펴보고 채점을 하고 내일 공부해야 할 것들을 표시해 둔다. 첫째와 둘째는 같은 교재를 공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아서 올해부터는 같은 교재는 글쓰기만 똑같고 그 외는 다른 교재를 쓰고 있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 공부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잠들어버리면 다음날 아침에 공부해야 할 것을 표시해 두고 밀려서 채점을 하기도 한다. 양이 많은 거는 아니고 수학 연산 2장, 문제 1장, 국어 독해 2장, 글쓰기 1단 원정도. 주 3회는 EBS국어, 사회, 과학 순서대로 개념공부하고 학교 숙제하는 정도이다. 


사실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 공부를 다 해놓고 씻고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너무 잘하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퇴근하기 전에 아이들이 공부를 다 해놔야 저녁을 먹고 바로 채점하고 다시 내일 공부할 것들을 표시할 수 있는데 공부를 미뤄버리면 다 밀려버린다. 아이들은 나와 같이 공부를 하고 숙제를 봐줬으면 좋겠고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도 먹었으면 좋겠지만.. 조금씩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집 막내가 언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엄마, 내 이름은 뭐야? 어떻게 써?'

'나도 형이랑 누나처럼 공부할 거야! 나도 엄마랑 둘이!'

'엄마, 나 ABC 노래 틀어줘~ 고깔모자 A, 울룩불룩 B ~ 이런 노래야' 


그리고 내 일상이 더 바빠졌다. 첫째와 둘째 공부를 봐주는 것도 바빠서 힘든데 이제 막내 한글과 숫자 공부도 해야 한다니... 하지만 안 할 수는 없고 지금 언어에 관심을 가졌을 때, 한글과 숫자를 알려줘야 쉽게 한글을 읽게 된다.  



어떤 날은 타이트하게 어떤 날은 편안하게 공부를 함께 했다. 



초등 2, 3학년 아이들 공부 


<국어>

- 매일, 책 읽기

- EBS 어휘가 독해가! 초등 국어 어휘 실력 

- EBS 만점왕 통합본(국어, 사회, 과학)

- 자이스토리 초등 국어 독해력 쑥쑥+낱말 쑥쑥 1, 2권 

- 기적특강 사자성어 

- 빠작 초등 국어 1~2학년 문학 독해 1

- 빠작 초등 1~2학년 국어 어휘 X독해 

- 초등 4 문장 글쓰기: 그리스 신화 속 별자리 편



<수학>

- 연산 (기탄수학, EBS 4단계/6단계) 

- 큐브수학 개념 초등수학 3-2/2-2 (선행)

- EBS 초등 수해력 도형/측정 3단계

- 최상위 수학 2-1/3-1 



 습관을 만드는 일은 꽤나 지난한 일이다. 첫째가 초등1학년에 입학하고 나서 첫째만 붙들고 어르고 달래 가며 매일매일 함께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둘째가 초등1학년 입학하고 첫째와 둘째는 붙들고 다시 매일매일 함께 거실공부를 했다.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여서 어느 정도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결국에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스로 하는 아이는 적어도 우리 집에는 없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에는 한두 장이라도 들고 가서 읽거나 연산 문제를 풀었다. 그게 싫으면 가기 전에 미리 해놓고 출발했다. 어른들도 매일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함께 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는 대신, 오늘도 거실에서 함께 공부를 한다.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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