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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Nov 23. 2023

준비된 엄마가 되고 싶었어

결혼, 그리고 워킹맘이 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자녀계획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고, 쌍둥이나 연년생으로 아이 2명을 계획했다. 그리고 출산휴가와 휴직시기도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어려우니까. 어떤 것을 하든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출산과 육아를 두려움의 영역이었지. 어느 정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스물일곱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주변에 친구들, 지인들은 미혼인 상태였고 도움을 받을 곳은 없는 상태. SNS에 찾아봐도 출산과정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고 (개인정보 때문이겠죠) 신생아, 산호조리원, 산후도우미 등등 정보가 넘처나서 오히려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다.




결국은 책!  퇴근을 하면 서점에 들러서 육아 서적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 임산 출산 육아 대백과 최신새정판 

- 삐뽀삐뽀 119 소아과 


가장 대표적인 책 두 권,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3개월 동안 끊임없이 읽었습니다. 한 달에 10권씩, 3개월 동안 30권을 읽었다. 영상도 찾아보고  책을 읽은 바탕지식으로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하루종일 육아공부만 하다가 잠들고는 했다.  그렇게 육아를 글로만 읽고 접했고 출산과정에서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등 용어들도 익숙해진 무렵 아이가 생겼다. 우리의 첫 아이. 


준비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회사에게 일을 하는 것처럼 정해진 기간 동안 A를 하고 A 다음에는 B를 하는 방식으로 척척- 해내는 엄마. 실기는 조금 부족해도 이론만큼은 빠삭하게 알아서 현장에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는 준비된 엄마가 말이다. 


그리고 어떤 엄마가 돼야 하는지 고민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거는 '친구 같은 부모는 되지 않겠다'였다. 아이에게 든든한 보호자이자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언제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권위적이면서 허용적인 부모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대어 쉴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 겪어보지 못한 육아의 세상에 대해서. 집안의 경영을 관리하고 아이의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발달, 정서, 공부 등 모든 것을 잘 관리해 줄 수 있을까... 거기다가 가사노동도 해야 하는데, 내 회사도 다녀야 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첫 아이 임신을 확인하고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내는지 유치원은 몇 살부터인지, 산부인과는 어디를 가야 하는지 등  내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막상 육아를 시작하면 살수투성이가 되려나,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초보엄마는 그렇게 14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시작했다. 준비된 엄마가 되고 싶은 거는 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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