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4, 초3이니까...
퇴근을 하고 집에 갔더니 집이 조용하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네. 거실로 들어가니 거실 책상에 첫째와 둘째가 조용히 앉아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다녀왔다고 한 번씩 안아주며 '너네 혼났구나~ 숙제 안 하고 놀고 있었어?'라고 물었더니 둘 다 소리 없이 웃는다. 아빠가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나 보다. 오랜만에 일찍 와서 아이들 숙제 체크를 했는데 하나도 안 하고 놀고 있었나 보다. 한두 번이 아니어서 뭐라고 했나 보네. 초등 아이들 공부습관 잡아주는 게 늘 어렵지. 1학기가 끝나가고 있어서,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대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래, 혼나는 날도 있는 거지. 그게 좀 자주인 것 같긴 하다만...
집에 같이 온 막내 저녁을 챙겨주면서 거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얼른 마무리하고 간식을 먹자고 이야기를 해본다.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들이 오늘 학교에서 만든 팔찌를 자랑스레 보여준다. 알록달록 이쁘네! 아빠한테는 보여주지도 못했나 보다. 책가방에서 이제 꺼내오는 걸 보니까.
사실 오늘은 직장에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 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1년 수학 선행을 하고 있는데도 고등전문 수학학원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당한 이야기를. 2년 선행을 해야 하고 (고등 수학이 워낙 어렵다나) 그래야 학원 수업을 따라올 수 있다고 다른 학원을 알아보라고, 거절을 당해서 과외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직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리니까, 괜찮겠지. 아직 수학학원까지는 보내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초등 5학년부터는 수학도 보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렵다, 육아.
이제 곧 여름방학이어서 아이들과 뭘 할까, 고민하고 있다. 마냥 놀 수는 없어서 2학기 예습할 수 있는 교재도 찾아서 구입하고 프린트물도 준비하고 1학기 복습도 해야 하니까 단원평가집도 뒤적뒤적- 찾아보고 말이다. 미리 여름휴가는 다녀와서 평소와 다름없이 방학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을 다니고 할머니집도 놀러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말이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다. 직장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 시작하니 집중적으로 봐주는 시간들이 부족해졌다. (아이들은 신나 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아이가 잡을 수 있는 것들을 내가 놓치게 하고 있지는 않은 걸까, 고민이 된다. 천천히 배워도 부모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돈을 들이지 않아도, 결국에는 나중에는 다 알아서 잘하는- 그런 아이가 우리 집에는 없는 것 같아서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하하.
또래보다 늦게 영어학원을 보내기 시작해서일까, 한편으로는 늦게 다닌 만큼 열심히 해서 다행이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초등 입학 전에 영어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면 지금쯤 더 잘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영어는 천천히 하고 수학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가 좋으면 얼마나 기쁠까.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아이 교육에 돈과 시간을 쏟을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해. 우리 집은 그렇게까지는 해줄 수가 없어. 나도 부족한 게 참 많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이에게 모두 다- 잘하라고 할 수 없는 거겠지.
그래도 나보다는 잘 살았으면, 공부를 후회 없이 해봤으면, 하고 싶은걸 많이 해봤으면, 하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