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같이 졸업!
막내가 내년이면 어린이집을 졸업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을 한다.
그리고 나도 어린이집을 졸업한다.
2017년 2월, 첫째가 24개월이었고 둘째는 12개월이었다.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와 엄마가 온 세상의 전부였던 첫째는 그렇게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다. 본인의 세상이 깨어진 첫째는 어린이집에서는 6개월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않았다. 좋아하는 간식도 점심도 모두 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도 영양사 선생님, 담임 선생님. 우리집 어른들도 모두 다 걱정이 한 가득이였다.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서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보냈고 입소한 지 7개월쯤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었다. 오히려 걱정했던 둘째는 너무 적응을 잘해서 걱정을 덜했었지. 그러다가 막내가 태어났고 8개월부터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다. 잡고 일어나고, 첫 걸음마를 어린이집에서 시작했다. 정말로 지금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다면, 일을 그만두었겠지. 귀한 분들.
아이들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니 선생님이 아이들을 더 이뻐했다.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이좋게 놀이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반은 다 달랐지만,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면 서로 껴안고 손을 잡고 애정표현을 서로 듬뿍했던 - 아이들. 셋이서 늘 같이 놀고 회사에 간 엄마를 기다리고 놀러 가기도 하고 행사도 다 같이 참여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 없이도 다른 친구들처럼 일찍 하원하지 않아도, 종일반 생활을 잘 지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것이 다자녀의 장점인가!
순차적으로 첫째가 졸업하고, 둘째까지 졸업해서 본인 혼자만 다니게 되었을 때, 막내가 어찌나 서럽게 울었던지. 이제 본인만 어린이집에 가는 거냐고 왜 어린이집에 형과 누나가 없냐고 울어서 한참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형과 누나를 따라서 초등학교에 가서 나도 공부할거라고 소리 지르면서 서럽게 울었는데, 정말로 내년이면 형과 누나와 또 같이 셋이서 초등학교 등교를 하는구나.
맞벌이로 늘 바빴던 엄마와 아빠. 수족구, 구내염, 독감 등 전염병을 지나치지 못하고 늘 걸려서 회사 눈치 보며 연차를 쓰고 응급실에 주말 내내 있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아이가 괜찮아져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2시간도 못 자고 출근을 했던 시간.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도 남편도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다닐 수 있다니. 잘 다녀준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준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 영양사, 간호사 등 귀한 선생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나도 어린이집을 믿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었다. 졸업이라, 졸업. 나도 졸업이다. 어린이집.
한편으로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돌봄이 걱정이다. 당장은 휴직이라 괜찮겠지만, 내후년에는 어쩌지. 지금 계획하는 것들도 아이가 학교 돌봄 교실이 안 되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을 텐데. 늘봄학교가 생겼지만.. 글쎄,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걸까.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잘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왜 학교에서 늘봄까지 만들어가며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냐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하지 말고 지역 연계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학교 안애서 하는 돌봄 시간이 늘어나서 안심이라는 의견도
대체 왜 아이를 부모가 안 키우고 학교에서 키우냐며 학원을 보내든 알아서 하라는 의견도
다 다르다. 모든 의견과 생각들을 다 맞춰줄 수는 없겠지.
책 읽다가 학원 가는 걸 잊어버리고, 도서관에 있다가 돌봄 센터에 안 갔던 어린이들을 키우는 나로서는 학원 보내는 것도 큰 품이 드는 일이었다. 종일반으로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할 때는 하지 않았던 고민을 이제는 해야 한다. 돌봄 교실이 우선 되었으면 좋겠는데... 걱정이구나. 그래도 우선은 졸업이다! 어린이집 졸업.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