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은 지루한 게 정상이다
"가슴 뛰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합니다."
졸업식 축사부터 자기계발서까지, 세상은 온통 '열정 포르노'에 중독되어 있다.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의 일치)를 이루지 못한 삶은 마치 실패한 인생인 양 취급한다. 그래서 청춘들은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던진다. "이 일은 제 가슴을 뛰게 하지 않거든요."
나는 이 달콤한 조언이 우리 시대가 만든 가장 잔인한 '가스라이팅'이라고 확신한다. 단언컨대, 세상의 99%의 일은 지루하고, 고되고, 때로는 더럽다. 그리고 그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진짜 '프로'의 자격이다. 덧붙이자면 설령 가슴을 뛰게 하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는 순간이 온다.
열정은 쾌락이 아니다
우리는 열정(Passion)을 '재미'나 '설렘'과 혼동한다. 하지만 Passion의 어원은 라틴어 'Pati'로, '고통(Suffering)'을 의미한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려 보라.)
즉, 진짜 열정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룰루랄라 즐기는 상태가 아니라,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수반되는 고통과 지루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태도를 말한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아이돌? 그 뒤에는 토가 나올 때까지 반복했던 지루한 연습실의 시간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개발자? 밤새 모니터 앞에서 버그와 씨름하는 지루한 인내가 만든 결과다. 쿡방에서 선보인 멋진 요리 뒤에는 시작 전 재료준비와 끝난 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기다리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그 결과의 화려함만 보여주고, 과정의 지루함을 삭제해 버린 반쪽짜리 진실이다.
밥벌이의 숭고함을 모독하지 마라
이 '열정 강요 사회'의 가장 큰 해악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평범한 노동자들을 패배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싫어하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무거운 택배 상자를 나르고,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 그들의 노동은 가슴이 뛰지 않아서 가치가 없는가? 천만에. 하기 싫은 일을 책임감 하나로 해내는 그들의 땀방울이야말로, 철없는 예술가의 영감보다 훨씬 더 숭고하고 위대하다.
지루함을 견디는 게 재능이다
세상은 "너의 재능을 찾아라"라고 부추기지만, 사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재능은 창의력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힘(Boredom Tolerance)'이다.
도파민이 터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루틴, 풀리지 않는 문제, 성과 없는 정체기를 버티는 건 아무나 못 한다. 당신을 먹여 살리고, 당신을 성장시키는 건 설레는 꿈이 아니라, 바로 그 지루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인 '성실함의 퇴적층'이다.
환상에서 깨어나라
그러니 제발 "이 일은 내 적성이 아니야"라며 파랑새를 찾아 도망치지 마라. 직업은 자아실현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다. 밥벌이가 지겨운 건 당연하다. 그 지겨움을 돈으로 보상받는 것이니까.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것은 어쩌면 중요하다. 찾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 찾지는 마라. 그런 일을 찾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견디고 끝까지 해내는 근성일 것이다.
진정한 프로는 좋아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