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건, 욕심

by 김라희

벌써 7월 16일, 금요일


요즘 글은 매일 쓰는데, 마무리가 쉽지 않다. 설령 마무리가 되었다고 해도 발행을 누를 수 없어 다시 서랍에 넣어두기 일쑤다. 일상을 글로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가는데... 글 쓰는 일을 일상에 들여놓은 일만으로도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제 조금 욕심이 생긴 건지 써 내려간 문장이 여엉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럴 땐 그저 계속 쓰는 방법밖에 없다던데. 그래서 이렇게 꾸역꾸역 쓰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나누는 마음까지 가 닿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 불편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 남편과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간 밤 비가 지나간 자리는 구름을 닮은 안개와 나뭇가지마다 달린 동글동글 빗방울이 채우고 있었고, 내딛는 발걸음 여기저기에서 빗물이 반가운 달팽이들이 신나게 마실 나와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길 한 복판에서 이 크고 작은 귀여운 달팽이들을 만나면, 혹시라도 누군가의 발길에 밟힐까 싶어 풀숲으로 다시 데려다 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이 달팽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핑계 삼아 달팽이의 포근한 자태를 손가락 사이로 느껴보고 싶은 내 욕심이 담겨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숲 길 한쪽 싱싱한 초록을 입은 고사리가 허리까지 무성히 올라왔다. 행여 놀러 나온 달팽이라도 밟을까 싶어 이내 땅만 내려다보며 걷는데, 빗물 잔뜩 머금은 흙이 불쑥 솟아 있는 게 눈에 띈다. 무엇인가 싶어 쪼그려 앉아 검은빛 흙을 들여다보니, 고사리 새순이 흙을 뚫고 나오려 고군분투 중이었다. 여린 잎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도 강했다. 이리도 우렁차게 솟아오르는 새싹을 바라본 기억이 있던가? 온 힘을 다해 세상에 나오려는 다양한 자태의 새싹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무겁게 내려앉았던 머릿속 한 구석이 뻥 뚫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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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걷는 시간이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곳은 고요하지만 조용하지는 않다.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마다 이야기가 잔뜩 들어앉았다. 이슬 먹는 달팽이가 말을 걸어오고, 커다란 소나무 잎새마다 매달린 빗방울이 어깨를 두드리다 말을 건네며, 바람은 사르르 귓속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일요일, 이 날은 응축의 시간을 뚫고 나온 새싹이 말을 건네 왔다. 자신이 겪은 그 어둠의 깊이를 얘기해 주고 싶었다는 듯. 새싹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마음속 대롱대롱 욕심이 보인다.


사람 마음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해 보려 하지만 마땅치 않다. 섣부른 비교와 욕심이 매일 글 쓰는 시간의 소중함을 덮어 버렸다.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도, 써 내려가는 문장에 정성을 기울이는 일도 소홀해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들어서 버렸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고 가볍게 넘겨 보기도 한다. 고사리 새싹 소리에 다시 귀 기울인다.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계속하라던 그 소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새싹의 고군분투, 그 순간은 담아 오고, 욕심은 내려뒀다. 멈춰진 듯 느껴지는 시간 속, 포기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면, 그건 나아가고 있는 중이겠지, 그냥 그리 믿자, 그리고 다시 정성을 기울여 보기로 한다. 시간을 멈춰버리는 건 포기뿐, 끈질기게 앉아 오늘은 발행을 눌러 내리라. 비가 올 것 같아 나서지 말까 했는데, "비가 오면 어떠냐 맞으면 그만이지"라고 부축이던 남편이 고맙다. 비록 성에 차지 않는 글이지만, 그건 다 욕 심라는 걸 알았으니 어서 발행을 누르고, 사뿐한 마음으로 잠을 청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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