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무겁고

by 김라희


시인이란 누구인가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고

동시에 시를 쓰지 않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매듭을 끊는 사람이고

스스로 매듭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고

거짓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다

넘어지는 사람이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떠나가는 사람이고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 타데우지 루제베치 (1921-2014)




루제베치는 폴란드 시인이고, 독일 점령 당시 지하 무장 조직에 가담하며 저항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고 한다. 무거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의 문장은 가볍고 또 가볍지 않다. 하루 종일 쓴 글이 무겁기만 해 지워버렸다. 삶이 그저 너무 가벼운 건 아닌지 뒤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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