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예찬

by 김라희


스머프 동산에나 어울릴 법한 브로콜리 한 다발을 보고 있자니, 넌 어쩜 이리 이쁘니?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결혼식 부케도 이보다 예쁘지 않은 듯싶어 두툼한 브로콜리 줄기에 귀여운 리본을 달아보기도 한다. 몽글몽글, 소복소복, 사픈사픈한 브로콜리, 널 어쩌면 좋으니? 어렸을 땐 쳐다도 보지 않던 브로콜리는 어느덧 애착 채소로 탈바꿈하여 이제 곁에 없으면 너무도 허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두툼한 줄기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녀석들은 이제 막 피려고 하는 꽃이라고 한다. 브로콜리 꽃과 줄기가 우리네 요리 재료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 귀여운 리본을 달던 나는 옳았다. 브로콜리는 꽃이다! 꽃을 먹어본 경험은 있던가? 잠시 기억을 더듬는다. 이탈리아에서 호박꽃에 튀김옷을 입히거나 혹은 리코타 치즈로 꽃을 채운 후 튀겨낸 호박꽃 튀김 (Fiori di Zucca)을 먹고 그 맛에 푹 빠졌던 추억,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서 라일락 튀겨 먹던 기억도 어렴풋하다. 요즘은 꽃을 식용으로 재배해 케이크에도, 플레이팅 용으로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는데, 우리 집 식탁에 오르는 꽃은 브로콜리와 그 가족 콜리플라워 정도다.


그간 먹어 본 꽃들은 하늘하늘 연약함이 매력이라면, 브로콜리는 무조건 튼튼해서 특별하다. 그 줄기에는 어떤 압력이 가해져도 버텨낼 듯한 강인함이 있다. 이 강인한 줄기를 잡고 있노라면, 든든한 조력자라도 곁에 둔 듯 든든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반전 매력은 또 어쩌면 좋은가. 어린 꽃봉오리가 잔뜩 모여있는 부분은 브로콜리의 하이라이트다. 벨벳 이브닝드레스에서나 만날 수 있는 우아한 고급스러움이 묻어 나니 말이다. 강인하고 고급스럽지만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편안함까지 갖춘 브로콜리, 너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대체 무엇이라니?


줄기는 사각사각, 동글동글 꽃은 폭신폭신 브로콜리는 씹는 식감 마저 발랄하다. 살짝 쪄낸 브로콜리를 그저 베어 물기만 해도 그 매력에 첨벙 빠져든다. 사각함을 느끼고 싶다면 줄기를, 폭신한 벨벳 식감이 그리웠다면 꽃부터 앙!


브로콜리와 두부의 만남은 언제라도 옳다. 된장을 살짝 곁들여 브로콜리 두부 된장 무침과 함께 맞이하는 토요일 오전의 그 여유로운 시간은 게으르고 싶지만 건강한 입맛은 지키고 싶은 우리에게 제격이다. 브로콜리는 살짝 쪄두고, 면포에 물을 뺀 두부는 잘게 으깨어 둔다. 된장에 다시마 물을 조금 넣고 통깨, 참기름, 소금 약간을 더하면 간단한 된장소스 완성! 소스를 으깨진 두부와 먼저 잘 섞은 후 브로콜리를 넣어 조물조물하면 근사한 한 접시가 뚝딱 만들어진다. 거기에 고소한 맛을 더 원한다면 호두나 잣을 잘게 부수어 넣어도 좋다. 브로콜리의 발랄한 사각함과 두부의 부드러움이 된장 소스의 구수함을 만나 일주일 내내 수고한 나 혹은 연인 그리고 가족들까지 대접하고 싶은 주말에 이것만 한 게 없다.


거기에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까지 곁들인다면,

아!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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