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살림꾼, 매일 글쓰기

by 김라희


오늘은 아침 글쓰기가 내키지 않아 한참을 다른 짓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미리 하자'고 다짐한 후부터는 귀찮아도 몸을 먼저 움직 거리 곤 하는데, 이것도 주변 상황에 따라 변하기 일쑤이니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쓰는 일보다 가끔은 더 어렵다. 매일 글 쓰는 작가들은 대체 어떻게 그 마음을 어루만지며 쓰고 있을까.


매일을 쓴다는 일은 '무엇을 써야 하나'라는 고민부터 '쓸까 말까'의 갈등까지 엄청난 과정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남을 알아간다. 그리고 매일의 규칙성이 수반되어야 실행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한다. 한 때는 규칙적으로 산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느끼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결론으로 내키는 대로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규칙적인 루틴을 따르는 일상 그리고 마음과 느낌을 따르는 일상, 이 두 형태를 모두 살아보니 그래도 결론은 사람에겐 규칙적인 습관이 필요하다는 편에 무게를 점점 더 두게 된다.


마음이라는 건 흐르는 구름과 같아서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달라진다. 그 느낌을 따르는 일상에 일관성이란 없다. 들쑥 날쑥한 시간이 주는 편안함은 있을지 몰라도 그 시간이 남기는 것은 이것저것 얄팍하게 옮겨 다니는 호기심의 널브러짐 뿐이다. 오래 지속된 호기심의 널브러짐 뒤에는 일상의 허무와 권태가 자리 잡는다. 이 반갑지 않은 손님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깊이가 겸비된 자신만의 관심사를 찾아 발전시키는 일뿐이라 생각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관심이 내 것으로 둥글려 커나가기 위해 일관적 반복의 훈련은 필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일 글쓰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에 대한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그는 수면 7시간, 업무/글쓰기 5~6시간, 운동 (수영/달리기) 1~2시간, 휴식 7시간, 이렇게 시간을 큰 덩어리로 단순히 나누어 쓴다고 한다. 하루키는 이 루틴을 지속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천재적 재능보다 규칙과 단련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하루키가 말하는 규칙과 단련의 힘에 대한 믿음은 그가 오롯이 실행한 행동과 시간에서 나온 것이기에 강한 설득력이 있다.


여전히 변형 없이 루틴을 유지합니다. 이제는 반복 자체가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최면술 (mesmerism)입니다. 더 깊은 마음 상태에 도달하기 위함이죠.

하루키


반복을 통한 단련이 가져온 깊은 마음의 상태와 매일 만날 수 있는 행운, 이것은 일상을 단순 명료하게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다.


일상의 권태와 허무를 다스리고, 깊이 있는 관심사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글쓰기. 매일을 어느덧 넉 달이 넘게 쓰다 보니 이제 매일 글쓰기가 일상을 살뜰히 꾸려준다 느껴진다. 그것은 주변을 조금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더 세심히 헤아리게 한다. 더불어 쓰기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일상을 단순하게 깎고,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려 노력을 기울인다. 이젠 하루키의 규칙적 반복의 단련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게 다 살뜰한 일상 살림꾼, 매일 글쓰기가 만들어 준 고마운 선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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