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가 몰고 온 미풍

잘 안다고 생각한 것 그 자체가 착각이었다

by 김라희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게 주식과 관련된 채널을 아주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추천해 내어 놓느라 바쁘다. 몇 달째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 중인 반백수 승무원은 회사 구조조정 소식에 속만 까맣게 태우며, 알고리즘 응원에 입힙어 더욱 가열차게 주식을 들여다 보며 미래를 그려본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폭발하던 때가 또 있었나? 아니면 내가 관심을 갖다 보니 그것만 눈에 보여 그래 보이는 걸까? 경제 서적을 읽으며, 본격적으로 주식을 배우며 시작해볼까 하던 게 벌써 2년 전이다. 최초 투자는 2006년 펀드 유행을 타고 아주 적은 금액으로 1년 "투자"해 수익률 50% 이상을 낸 경험이다. 꽤나 근사한 일이었다. 은행 언니의 말만 듣고 들어간 펀드는 뭔지도 잘 몰랐다. 그저 내 손에 주어진 공돈 같던 수익 150만 원여의 돈이 그저 좋아 더 열심히 소비했을 뿐. 수익이 났으니 이제 그만해야지 하며 투자에 대한 관심도 잠시 오려다 그 빛을 잃고 말았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다는 말보다 패가망신했다는 이웃의 이야기가 더 쉽게 들리던 시절을 지나와서인지 여전히 주식은 남 일이었다. 경제 공부를 하면서도 소심한 새가슴에 눈이 가려 예금과 적금만 이용했다. 그렇게 남들 돈은 열심히 일 할 때, 내 돈은 안락한 통장 속에서 고이 잠들어 계셨다.




하늘을 날 수 없는 승무원 속을 누가 알까? 회사 이메일과 소식지 그리고 숭숭히 돌고 있는 소문에 귀만 쫑긋 세우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하루를 살아내는 일뿐인 요즘엔 굶어 죽지 않으려면 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얕은 물에서 뻐끔거리며 숨을 연명하는 붕어처럼 보조금만으로는 그 앞이 막막하다.


자주 몰아치는 이 답답한 마음으로 주식 계좌를 열었다. 물론 그 시작을 독려해 주신 분은 계셨다. 이 터질듯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 말을 쉽사리 따를 수 있었을까? 10월 말,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폭락세를 보였고, 초심자는 운이 따랐는지 그 흐름을 타고 부드럽게 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무날이 조금 지난 지금, 주식이 불고 온 미풍에 기분 좋은 따스함을 느끼며, 왜 진작에 이걸 안 했지? 하는 후회 섞인 미소만 일단 띠고 있다.




사람은 절대 변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주식 시장 앞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를 경험했다. 화살표의 오르내림, 그래프의 완곡함, 날카롭게 솟음, 내리 꽂힘, 장이 열리면 마감시간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는 이 숫자의 오르내림 "향연"을 바라보면, 망부석처럼 멈춘 신체와는 별개로 머릿속은 그래프의 파도를 실컷 타며 수익률의 변화를 따라 일렁인다.


우량주 장기투자가 목표야. 일단은 이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니 배워보자. 가볍게 시작했다고 착각한 이 일에 일상이 바뀐다. 장이 시작하면 컴퓨터 화면에 띄워두고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그간 해오던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어디선가 아드레날린이 뿜뿜 솟구치며 어느새 마음은 요동친다.


들어가? 더 사? 더 사야 해! 지금이야!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이리저리 앞 뒤 옆 너무 생각하다 그르친 일은 있어도, 성급한 결정 때문에 중요한 일을 후회한 적은 극히 드물다. 자제력은 또 어떻고, 소비에서도 항상 적정선을 유지한다. 계획하지 않은 카드값에 시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세금, 카드값 연체, 채무 이런 단어를 곁에 두지 않는다. 주식 투자에 관한 책에서도 심리적 통제성과 차가운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내용을 읽을 때면, 그게 뭐가 어렵지? 물건도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면되는데 그 간단한 원리를 왜 주식 시장에서는 그리도 어렵다고 하는 걸까?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닥쳐봐야 안다! 그래 닥쳐봐야 안다. 주식 시장 처음 들어가던 날, 너도나도 다 아는 4차 산업 대장주 주식을 한 주씩 사모으며 '이제 나도 이 시장을 배워볼 수 있겠구나' 하던 겸손한 마음이 어느덧 사라지려 한다. 자고 일어나니 돈이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자,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금을 모아보자. 적금에 꽁꽁 묶인 돈까지 풀어 넣을 만큼 대범하지는 않다. (다행히) 어, 신용카드 투자도 가능하네! 내후년까지 무이자로 쓸 수 있는 금액을 다 끌어다 넣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두근거리는 핑크빛 마음으로 길게 고민을 시작한다. 손에 이미 카드는 들려 있다. 오 마이 갓!


이성이 찾아왔다. 미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잠깐의 오름에 이런 고민을 하다니, 내가 나를 좀 띄엄띄엄 보았구나. 자제력, 신중함, 현실적 판단 앞에서 이성적이라고 굳게 믿던 자신감은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그리고 멈췄다. 계획을 세우고, 한 달에 운용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성적 투자와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패가 망신한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이름을 더 올리며 진정했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 자체가 착각이다. 사람의 마음은 구름과 같다고 언제나 생각하던 나는 무엇을 근거로 스스로를 확신하고 있었단 말인가.




의심이라는 건 타인에게만 가져다 댈 잣대는 아니라는 걸 배운다.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다지는 행동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과신과 과욕 그것을 조심해야 한다. 말은 쉽다.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보지 않았더라면, 투기성이 짖은 상황 앞에서 흔들리던 모습은 몰랐을 테다. 무엇이든 직접 해 봐야 배운다는 경험론에 더욱 힘을 싣는다.


주식 투자의 시작이 불고 온 미풍은 분명 변화를 가져왔다. 설거지, 청소를 하며 듣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주가를 설명하고, 정보를 내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신문을 조금 더 꼼꼼히 읽기 시작했으며, 필요 없는 소비를 더욱 줄여 주식에 잘 투자해보자는 결심이 들어섰다.


무엇보다 자기 확신이라는걸 물질 앞에 섣불리 내어두지 말자고 배웠다. 그리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구름 같은 마음에 기대지 말라는 뻔한 말은 그저 뻔하지만 않다는 것도 몸으로 알았다. 지난 스무날동안 주식 여정은 짧지만 꽤나 묵직했다. 앞으로 걸을 긴 여정동안 과욕이 들어서지 않기를 그리고 "해피 투자"가 되길 바라며, 겸손히 오늘도 경제 신문 헤드라인을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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