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말하고 싶은 날

by 김라희


잔디 잎 사이사이 햇살 매달고 동글동글 반짝이는 이슬 가득한 아침. 풀내음 맡으며, 그 길을 저벅저벅 걷다 보면 어느새 신발은 다 젖어 엉망이지만, 필요 없는 근심에 무거운 마음은 되려 가볍게 반짝인다.


산책을 말하고 싶은 날이다. 이른 아침 높은 하늘, 파란 햇살이 가득이면 더욱 아침을 걷는 일에 게으르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다. 심심하게 시작된 걷기의 곡진한 행위가 남겨주는 선물은 꽤나 깊은 것이니, 놓치지 말자고 다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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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날처럼 귀여운 달팽이라도 냉콩 마주치면, 그 앞을 한참 서성이며 싱거운 말을 괜히 건넨다. 넌 어디서 왔니, 지난밤 잠은 잘 잤니. 그렇게 시작된 밍숭한 대화를 경이의 눈으로 끝내고 다시 걷다 보면, 어떤 아침은 근심 따위 다 내려놓으라는 인생 선배 같은 말로 응답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기대를 담아 믿어 보라는 친구 같은 다정한 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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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 그 길엔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만남이 있다. 몽롱하게 남은 긴 밤의 흐린 꿈이 있고, 너른 팔로 잠시 안겼다 가라는 높다란 나무도 있고 게다가 저 먼 곳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이야기꾼 바람도 항상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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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졸린 눈은 어느새 반짝이고, 뿌옇던 머릿속은 맑게 개어진다. 그러다 푸근한 나무에 잠시 기대어 보면, 세월이 건네는 깨우침도 가끔은 곁을 내어준다. 몸으로 밀고 나가는 아침, 걷는 발자국 자국 명상가도, 사색가도, 철학자도 모두 다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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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유난히 햇살 쏟아지는 파란 아침을 걷다 보면 더욱 산책을 말하고 싶어진다.

세상이 이토록 신비롭게 말을 걸어주니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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