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테슬라 주식을 마주하며, 절대 잊고 싶지 않은 한 가지
며칠 전 인스타 피드 중 기억에 남아 적어 둔 문장이 있다. "프레인 여준영 대표 인터뷰를 읽고, 열심히 살아도 촌스럽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위키드 와이프 와인숍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가 적어놓은 문장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다 무엇 하나가 걸려 메모까지 해 두었다.
지난여름 엄마 병간호차 한국에 머물며, 부모님의 성실한 일상에 대한 글을 적어 두었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해치우는 설거지,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방을 치우는 깔끔함, 매 끼니마다 정성을 기울여 차린 식탁. 이렇게 몇십 년간 몸에 밴 부모님의 성실한 습관이 있었기에 병원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와도 안락하게 쉴 공간이 있었고, 외식으로 매 끼니를 채우지 않았기에 병간호에 전념하던 가족 모두 건강히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내용의 글이다. 병원 생활을 하며, 단단히 다져 놓은 일상의 반복이 가장 중요하다 깊게 느꼈다.
"열심히 살면 촌스럽다 여길 수도 있구나, 여전히" 나에게도 성실하고 열심인 구석은 분명 있는데,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이십 대 통통 튀며 살던 시절, 성실과 꾸준함이 주는 어감이 답답하고 고지식함으로 다가와 털털함 그리고 소위 말하는 쿨함의 자세로 그 면모를 덮어 쓰려 애쓰기도 했다. 지금 말로 치면 SWAG,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묻어나는 멋스러움과 뛰어남 그것에 더 가치를 두고 이십 대를 보냈다. (더불어 너무도 성실한 부모님을 둔 딸의 소심한 반항이기도 하다.)
최근 성실함과 꾸준함의 가치를 다시 세울 무렵 스치듯 지나던 저 문장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촌스럽다 여겨질 수 있는 거구 나라 생각하니 쓸쓸함이 잠시 지나갔다. 그러다 이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사는 삶의 가치는 자신감을 다시 북돋을 만큼 단단한 것이라 다시 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모까지 하며 기억해 두고 싶었다. 그녀가 만났다던 여준영 대표의 인터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그의 말들을 돌아보면 지금 그의 자리를 만들어 준 건 결국 열심히 산 덕분이라는 게 요지다.
초록 Joon 작가님의 브런치 글, <나는 매일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에서 이런 문구도 만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의 대답은 '오늘 하기로 한 일을 다했을 때' 그리고 '가장 슬픈 순간은 언제일까' 다시 그의 대답은 '오늘 하기로 한 일을 다하지 못했을 때'였다. 시원한 통쾌함이 밀려왔다. 매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사람만이 내어 놓을 수 있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본인과의 약속을 지켜내며 삶을 꾸려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이 글을 읽으며 다시 생각한다.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그 약속에 대한 책임을 지키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일에도 쉬이 무너질 수 없는 것이구나를.
요즘 테슬라 주식의 엄청난 고공행진을 바라보며, 열심히 사는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누군가는 그 오르는 수직 곡선에 단기간에 큰 부자가 되고, 톡톡히 주머니를 채우며 부를 쌓을 수도 있고, 다른 어떤 누구는 노동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그 단위의 돈을 바라보며 허무함에 쓰린 가슴을 부여잡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는 일은 절대 촌스럽지 않은 것이라 남겨두고 싶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상을 다져가려던 마음만은 더 정성스레 가꾸고 싶다.
여전히 부모님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매일 성실히 일상을 돌보고 계신다.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 위 언제나 반짝이는 화분, 깔끔한 오래된 가구, 매일 뽀독이는 그릇, 각 잘 잡힌 수건, 가지런히 줄 잡힌 옷걸이, 엄마표 된장, 간장을 잘 품고 있는 옥상 위 쪼르륵 작은 항아리들. 성실한 일상의 결과물들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매일 반짝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한 삶의 기술이자 아름다움이라 느껴본다.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열심히 사는 일, 이 진정한 인격의 태도는 절대 잊고 싶지 않다.
[사진: 서울 홍대 어디즈음 by 김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