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 참, 어쩜 좋을까

by 김라희


어둠의 깊이만큼 반짝이는 불빛은 더욱 눈부시다. 12월의 런던이다. 골목길 줄지어 선 집들 현관엔 각자의 염원이 담긴 리스가 예쁘게 걸렸고, 창가를 따라 반짝이는 불빛은 차가운 공기를 따스하게 달군다. 까만 밤 다른 이의 집 거실에 담긴 크리스마스 장식이 언뜻 보이면, 12월이 축복처럼 다가온다. 골목길을 나와 옥스퍼드 스트릿, 뉴 본드 스트릿 이 큰 거리를 걷다 보면 밤하늘 천사가 내려온 듯 착각에 휩싸여 버린다. 아, 내 이 가벼운 마음은 그 불빛에 이미 다 녹아버렸다.


크리스마스 직전, 지금의 12월이 선물하는 분위기에 참 쉽게도 넘어간다, 그것도 해마다. 마흔이 넘어도 이 불빛을 만나러 나가고픈 마음은 그대로이니 이 일을 어쩔까. 빨간 모자 집어 쓰고, 우산 하나 들고 거리를 걷다 보면 차가운 바람에 손은 감각을 잃은 지 오래고, 내리는 비에 긴 코트는 더 무거워졌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십 년 넘게 걷는 이 익숙한 이 거리는 12월에만 유독 새롭다. 다시 록다운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니 마스크라도 열심히 쓰고, 이렇게 거리를 걸어본다. 이것도 언젠가 추억이 되겠지.


그러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인위적 도시의 헛헛함을 타령하던 내 마음이 변덕쟁이 가벼움으로 변해버렸다. 고이 만들어 둔 고독의 공간을 사랑하던 그 마음은 어느새 거리의 사람들과 더불어 반짝임을 따라 걷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 차갑고 따뜻한 거리를 만나기 위해선. 마음이 다시 급해진다. 묵직이 앉아 쓰는 마음이 가벼운 크리스마스 불꽃 바람에 흔들렸다. 아, 한없이 가벼워라 이 마음.


고독도 좋고, 도시의 반짝임도 좋으니 12월을 어쩌면 좋을까.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모든 게 그렇다. 자연도 좋지만, 도시의 시끌벅적함도 좋다. 고요히 혼자 쓰고 싶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복잡하게 지내고도 싶다. 촐랑거리는 마음을 타고났으니, 글 쓰는 묵직한 시간으로 그 중간 어디 즈음에 두어보려 한다. 한참을 걷고 돌아온 밤,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아 차분히 그 마음을 내려본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촐랑거리는 마음, 그 때문에 생각이라는 걸 하는 게 아니냐고 그리고 그 때문에 이렇게 글도 쓰게 되는 게 아니냐고. 그렇게 핑계를 내어본다. 12월, 잠시나마 고독과 안녕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 그런데 그도 여의치 않나 보다. 또 이렇게 홀로 앉아 끼적이고 있으니, 그 마음 참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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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런던, 사진: 김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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