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화요일,
적양배추 조금, 호박 3분의 1, 양파 반쪽, 작은 감자 한 개, 당근 반 개 그리고 버섯 조금, 눈에 보이는 재료들을 골라 무엇을 할까 봤더니, 찬 밥이 눈에 뵌다. 솥에 밥을 남겨두지 않는 탓에 찬 밥을 볼 일이 거의 없는데, 어젯밤 좀 넉넉하게 지어 놓은 탓에 밥이 좀 남았다. 깍둑썰기 미니미 버전으로 내어 놓은 야채를 잘 썰어 접시에 담아두고, 프라이 팬이 어느 정도 달궈진 후 기름을 두르고 그 야채를 후루루 쏟아 넣어 볶는다. 간은 굴소스로 하고, 어느 정도 익어갈 때 즈음 찬 밥을 투하하고는 마지막에 간장을 살짝 둘러 불 맛을 내어주면 맛 좋은 볶음밥이 탄생한다. 오늘 점심이다.
남김없이 다 먹고 나니 디저트가 먹고 싶다. 지난 일요일 다녀 온 가든 센터에서 파인애플 잼을 발견했다. 제일 좋아하는 잼인데 쉽게 구할 수가 없어 항상 아쉬워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하게 되니 그 행복감이 말도 못 했다. 큰 맘먹고 세 병을 사 들고 와서는 아껴 먹는 중이다. 오븐에 구운 빵 한 조각 위에 파인애플 잼을 발라내니 나름 근사한 디저트가 만들어졌다. 오늘도 소박한 음식으로 하루를 채웠다. 고기도 적당량, 야채도 적당량. 요즘은 뭐든 과하지 않은 적절함을 찾아 들이고 내어 놓으려 노력한다.
공간 넉넉한 냉장고를 볼 때면 갖고 있는 식재료는 줄었는데, 왜 마음은 넉넉해지지? 하는 의아함이 든다. 요즘 우리 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다름 아닌 냉장고 속이다. 그렇게 지난 몇 달간 적절함을 찾아 비우다 보니, 기한이 지나 버려야 하는 식재료 혹은 상해버린 야채를 보며 느꼈던 쓰린 자책감 또한 말끔히 사라졌다. 심지어 지난주 금요일에는 모든 식재료가 슈퍼마켓 가야 하는 날짜에 딱 맞춰 깨끗이 비워졌다. 텅 빈 냉장고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속이 깔끔하고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심플했다. 잠시 '내 속도 그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