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수요일,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남길 수 없지만 어거지로 되지 않는 일에 종일 진을 뺐다. 길게 떨어지는 해가 거실 깊숙이 들어옴을 느끼고 난 후에야 저녁 시간이 된 것을 눈치채고는 '아, 이제 그만...' 이라 외치며 손을 놨다. 분명 처음부터 잘 안 될 것을 알았는데 타인과의 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다 보니,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하게 말하지도 못하고,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것이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분명 있었기에 물고 늘어졌다. 결국,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진탕 에너지만 써버린 듯, 귀한 하루를 버린 듯한 기분이다.
깊숙이 머리 쓰는 일보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흘러 다니며 사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그런데 살면서 그 편안함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들이 종종 생기다 보니,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는 부분을 고쳐 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싫었던 수학 문제도 풀면서 도망가려는 생각을 붙들어 매어 보기도 하고, 어려운 주제의 대화가 시작되면 몸은 뒤틀려 피하고 싶어도 끝까지 앉아 이해해 보려 하고, 이렇게 어쭙잖은 글도 끼적이며 제멋대로 흩어지려는 생각을 붙잡아 보려 노력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도 시간이 지나 보면, 아주 작은 한 뼘이라도 지난날의 자신보다 성장한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음을 분명 배운다.
그래서인지 오늘처럼 머릿속이 뒤엉킨 실타래처럼 갈피를 못 잡고 "못 해! 못 해!"를 외칠 때면, 이상한 오기가 발동한다. 익숙한 내면의 자아가 편한 길로 가자고 유혹하는 소리를 잠재우고만 싶다. "난 분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소리치며, 그 편한 단계 넘어서고만 싶다. 하루의 여행을 돌아보며 '왜 그리 미련한 걸까' 하고 자꾸 되묻게 된다. 편안한 게 최고지 하다가도 편안함을 넘어 더 넓은 영역, 가보지 않은 그곳에 나를 데려다 놓아 보고도 싶다. 어거지로 되지 않는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비록 오늘의 여행이 아무 성과는 없었다고 해도 한 숨 푸욱 자고 일어나 다시 문제를 들여다보면 쉽사리 풀릴지 또 누가 알까? 쉬운 것도 좋지만 어려운 것이 더 좋을 때도 종종 있다, 한참을 지나 뒤돌아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