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망설여지는 이 시점
글솜씨가 없는 나로서는 글을 쓸 때 나의 경험을 위주로 쓰는 편이다. 내가 내 이야기도 못쓰는데 다른 사람 이야기를 어떻게 쓰겠는가. 하지만 망설여지는 건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냐는 점이다. 나의 고민, 나의 가족, 나의 살아온 환경을 낯낯이 쓰자니 벌거숭이 원숭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살을 붙이거나 미화시키는 글은 기가 막히게도 공감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 속을 다 까발려서 쓰자니 어디까지 나를 벗겨가며 써야 할지 모르겠다. 혹은 나의 관점으로 쓰기 때문에 이 글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라도 주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오늘은 내가 즐겨보는 브런치 '이소' 작가님 글을 읽었는데 머리를 띵하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 고민을 한 게 아니었구나!
https://brunch.co.kr/@mysunyeul/39
벌거숭이로 완벽한 타인을 꿈꾸는 것도 지겹다. 수많은 마음 중 하나를 건져내 써내고 나면 그것이 내 마음의 전부가 되는 것으로 오해받는 느낌도, 들킨 것만 같은 도둑 같은 심정도 싫다. 수많은 그림자 중 하나를 내보이고 내 몸은 온통 그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버리는 듯하다.
많은 글쓰기 강연에서 말한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소설가도 아닌데 나를 드러내는 것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나는 그대로의 사실을 쓸 때만 공감을 받고 또, 그것이 진짜 '나'인 것을. 솔직히 출간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책을 읽고 요즘은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저 정도로 나를 발가벗길 수 있을까? 그녀의 시댁도 저 책을 읽을 텐데 결혼생활이 유지될까? 그녀의 친구들도 그 책을 읽을 텐데 친구관계가 유지될까? 브런치에 쓰는 글도 메인에 뜨면 조마조마하고 혹시나 내가 아는 사람들이 볼까 두렵기도 하다. 내가 쓴 글 하나로 나의 전체 인생이 그렇게 보이는 것도 싫다.
나는 이미 지난 이야기를 꺼내 쓰고 있다. 잊어버렸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응어리를 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힘들 날도 있었고 울고 싶은 날도 많았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았다. 그 모든 날들이 24시간 지속된 게 아니란 것이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다.
마치 연예인들의 소망인
"인기는 얻고 싶은데 관심은 꺼주세요."가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더구나 이렇게 동네방네 나의 힘들었던 결혼 생활, 나의 시댁과 남편의 욕을 실컷 퍼붓고 나니 속은 후련하다만 그것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언젠간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취미를 끝내버릴 수도 있다.
매일 확인하는 조회수와 구독자 수, 오늘은 내 글이 메인에 떴는지 뜨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나를 보니 이게 진정한 글쓰기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것을 끊을 수 없는 건, 내가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여기, 내가 사는 이곳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거의 집에 박혀 산다. 워라벨이라고 했던가, 주라벨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주부 라이프 밸런스.
오늘은 이만 쓰고 아들과 체스나 실컷 두어야겠다. 하지만 브런치를 끊지는 못할 것 같다. 남편은 게임하고 나는 글 쓴다. 중독이다.
P.S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브런치에 글을 이렇게 많이 올리냐고 ‘그냥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저도 일을 가지고 있고요, 아이 케어도 합니다. 바쁘게 살아요. 그쪽이 이웃집 아줌마들이랑 호호호 하면서 커피 마시고 다른 아이들과 본인 아이들 비교하며 걱정하는 시간에 쓰는 거거든요! 관심 좀 꺼주실래요? 어휴 진짜!
Photo by Kat Stok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