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우리 집은 처음이지(feat.활짝이의 퇴원)

by 닥터추박사

화요일 아침,
햇살은 유난히 따뜻했고
하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높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활짝이가 우리 집으로 오는 날.
십사일. 단 이주였지만
우리에겐 참 길고도 벅찼던 시간이었다.


전날, “검사 결과 이상 없다”는 연락을 받은 우리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치 소풍 전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은 아기 침대 커버를 다시 펴고,
세탁한 아기 옷을 개고 또 개고,
분유와 기저귀, 체온계까지.

준비는 철저했지만,
그보다 마음의 준비가 더 벅찼다.


“정말 이제 오는 거야.
우리가 활짝이를 데려가는 거야.”

이 실감이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밀려왔다.


오전 근무를 일찍 마치고
나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고,
아내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아이를 맞으러 가는 길인데
왜 이리 조심스러운지,
내 발걸음은 평소보다 절반 속도로 움직였다.


어린이병원 5층.
그 익숙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공간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 주는 간호사 선생님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라는 한마디에 울컥했다.


작은 아이 하나,
이 병원을 거쳐 집으로 가기까지
그토록 많은 손길과 마음이 필요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를 안았다.


작고 따뜻한 몸.
가슴팍에 스르륵 안겨오는 그 무게.


숨소리는 고요했고,
볼은 복숭아처럼 말랑했고,

그 작은 손가락은
내 손가락을 살짝 감쌌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
아니, 그보다 더 큰 감정이었다.

“드디어... 우리 집에 간다.
이 작은 아이가 함께하는 우리 집으로.”


차로 향하는 길,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어쩌지?”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내내 활짝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도 백미러로 틈만 나면 그녀를 확인했다.


“잘 자고 있나… 숨은 잘 쉬고 있지?”

우리 둘 다 숨조차 조용히 쉬는 중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똑똑이의 외침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와아아아!!!!”
활짝이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저 반가운 마음에 소리부터 지른 똑똑이.


그런데 막상 활짝이를 보자,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져서는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 작은 아기는 누구야?”
표정이 말을 대신했다.


똑똑이는 과연 알까?
그 아이가 자기 동생이라는 걸.

아직은 모르겠지.

하지만 그런 모습마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 연년생 두 자매가 앞으로 어떻게 함께 자라날지

기대가 되고, 걱정도 되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사랑이는 여전히 언니답게 행동했다.
동생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에
기특하게도 살포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 활짝아. 나는 큰언니야.”

이런 사랑이의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뭉클해졌다.


“사랑이는 정말 자랐구나.”
작년 이맘때, 똑똑이를 처음 안았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사랑이.


그런데 이제는 활짝이의 큰 언니 같기도 하고,
작은 엄마 같기도 했다.


나는 오후 수술이 있어 다시 병원으로 향해야 했지만,
마음은 집에 놓고 가는 것 같았다.


수술 중에도 문득문득
집에서 활짝이를 구경하며 웃고 있을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신없이 수술을 마치고
숨 가쁘게 다시 집으로 향하는 차 안.


세 자매가 함께 있는 장면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집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작은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장모님, 장인어른,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똑똑이와 사랑이가 박수까지 치며
“활짝이 집 온 거 축하해~!” 하고 외쳤다.


저녁에는 족발을 먹고,
케이크에 작은 초를 꽂았다.

비록 활짝이는 자고 있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해
사랑이와 똑똑이가 번갈아 초를 불었다.


“활짝이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세요~!”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기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이 기적입니다.”


오늘 밤,
장모님이 똑똑이를 데려가셨다.


조금 말이 트인 똑똑이는
“싫어! 안 가!”를 외쳤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내일 또 활짝이를 만날 테니까.


이제 활짝이는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 작은 숨소리가,
이 집 안의 공기마저도 더 포근하게 만든다.


나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활짝아,
드디어 우리 집에 왔구나.

너를 이렇게 환영할 수 있어

아빠는 정말 행복하단다.

세 자매가 함께 자라며
웃고 울고 싸우고 껴안는 날들이
이 집 안에 가득할 거야.

그리고 그 모든 날들 속에서
아빠와 엄마는 너희 셋을
매일같이 더 사랑하게 될 거야.


활짝아,
우리 집에 온 걸 진심으로,

세상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해.


https://blog.naver.com/lain1004lain/223595844156

(활짝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쓴 글이다.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원문도 남겨 본다.)

이전 13화작은 손에 담긴 희망, 활짝이와의 첫 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