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이 말이 이렇게 와닿을 줄은 몰랐다.
눈 깜짝할 새에 계절이 바뀌고,
그 계절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났다.
사랑이는 어느덧 유치원생이 된 지 1년,
똑똑이는 뒤뚱뒤뚱 아장아장,
마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라는 듯 자신만만하게 걷고,
활짝이는 천사 같은 미소로 세상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컸을까?
활짝이를 낳은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탄생 사진도 찍고 50일 촬영도 마쳤고,
다음 주면 벌써 100일이라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작고 약하게 태어난 활짝이.
인큐베이터 속 그 작고 여린 몸.
가슴이 철렁하던 날들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른다.
병원을 오가며 각종 검사를 받았고,
설소대 절제술까지.
수유 거부에 울음, 불안감, 걱정...
정말 조마조마하고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존재가 꿀잠 자는 모습을 보고,
한 번에 100ml 가까운 분유를 꿀꺽꿀꺽 마셔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안심할 수 있었다.
밤낮없이 3시간마다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재우기를 반복하던 날들.
그때는 정말 끝이 안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젠...
어쩌다 한 번 밤에 딱 한 번만 깨는 날도 있다.
가끔 통잠 자는 날엔
아내랑 서로를 바라보며 묻는다.
“자기야... 왜 이렇게 조용하지? 뭔 일 난 거 아니지?”
그만큼 이 평온이 우리에겐 기적처럼 느껴진다.
사랑이도, 똑똑이도
이제는 제법 ‘언니’의 모습을 갖췄다.
유치원생이 된 사랑이는
똑똑이랑 자주 싸우긴 하지만
양보도 하고, 도닥여주기도 한다.
그 작은 어깨에서 왠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아직 말이 서툰 똑똑이.
"활짝이 누구야?" 하고 물으면
작은 손으로 활짝이를 똑 집어 가리킨다.
활짝이가 딸꾹질이라도 하면
작은 발로 방을 달려가 모자를 들고 오고,
울기라도 하면 그 옆에 조심조심 다가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뭉클한지 모른다.
서툰 표현이지만,
그 안엔 분명 사랑이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상상도 못 할 속도로 자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는
또 한 번 배우고, 한 걸음 더 성장한다.
처음 사랑이를 품에 안았을 때,
우린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기저귀도 어설프게 채우고,
수유하다 울리고,
잠 못 자며 멍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밤들.
"우린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잘 키우지?"
매일매일 불안했고,
매일매일 미숙했고,
매일매일 질문투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육아란, 완벽해지려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실수하고, 함께 웃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은 바로
사랑이, 똑똑이, 활짝이.
사랑이는
내게 인내를 가르쳐주었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작은 몸으로, 큰 교훈으로 가르쳐주었다.
똑똑이는
유연함을 알려주었다.
예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계획이 깨져도 괜찮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속삭여 주었다.
활짝이는
희망을 주었다.
걱정, 두려움, 불안이 몰려와도
그 작은 미소 하나로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주는 아이.
나는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었다.
늘 웃게 해주고 싶었고,
무조건 다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미숙해도,
서툴러도,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를 믿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준다.
그 웃음 하나,
잠결에 내 손을 꼭 잡아주는 그 따뜻함 하나.
그것만 있으면,
모든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는
‘처음’들이 하나하나 새겨지고 있다.
사랑이가 처음 “아빠”를 불렀던 순간,
똑똑이가 혼자서 뒤뚱뒤뚱 걸었던 날,
활짝이가 세상을 향해 처음 지은 미소.
이 순간들이 쌓여,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어간다.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이 글을 읽는 날이 오겠지.
그때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인 우리가
얼마나 너희를 사랑했고,
얼마나 서툴지만 진심이었으며,
얼마나 매일매일 너희로부터 배우며 자랐는지를.
육아는 끝없는 마라톤 같지만,
사실은 끝나지 않는 성장의 길이다.
우린 지금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부모’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지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세 스승이 내게 가르쳐준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너로 충분해."
그래, 나는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이 배움은,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