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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하나면 의사도 가능하다.

by 닥터추박사

여러분들은 어떠한 결핍이 있나요?


'어린 시절 ~~한 상처만 없었어도..'

'부모님이 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좀 더 얼굴이 잘 생기거나 예뻤다면..'


결핍이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생각해 봅시다.

(긍정적/부정적 모든 관점에서)


나아가, 결핍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장 떠올리기 어렵다면 나와 비슷한 결핍이 있었지만,

그 결핍을 극복한 사람/예시를 찾아봐도 좋습니다.



형과의 비교 속에서 느꼈던 열등감,

그리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대해

욕먹을 각오로 쓴 글이 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 솔직하게 쓴 글이니

한번 읽어 보고 욕 한번 해주고 가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lain1004lain/223411249828


나는 어릴 적부터

형과 자주 비교당하며 자랐다.

그래서 형을 생각하면 가장 떠오른 단어는

‘비교’, 그리고 그로 인한 ‘열등감’이다.


형제,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아마 대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교가 집요하고 반복적이라면,

그것은 어느새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정체성으로 남는다.


내가 그랬다.

나와 형은 두 살 터울이다.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를 다니며

‘OOO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매일 달고 살았다.


형은 공부를 잘했다.

성실했고, 말도 잘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형보다 못한 동생이었다.


열등감은 정서적 결핍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열등감은 쉽게 뿌리내리게 된다.


나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결국 내 자신을 문제로 여기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핍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누르려 한 내 태도가 더 큰 문제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항상 착하게 행동하길 강조하며,

그것이 마치 내가 충족해야 할 조건처럼 느껴지게 했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감정을 억누르고

착한 아이로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내 모습은 감춰졌다.

착한 행동 뒤에는 항상 불안과 눈치 보기가 따라다녔다.


지금도 여전히 갈등을 피하려는 습관이 남아있다.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맞추려 하고,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내 몫으로 떠안으려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문제는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형제 간 비교에서 비롯되었다.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형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려 애썼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조건적이었다.

착해야만, 공부를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내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형과 나는 머리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부모님은 항상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그 말은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형은 노력까지 더해 늘 전교에서 손꼽히는 성적을 냈다.

나는 그런 형을 질투하며

끊임없이 형과 나를 비교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자만과

노력하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형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이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나는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수학과 과학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았다.

그래서 난 내가 과학고에 진학할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형과 달리 과학고 진학에 실패하면서

내 인생은 전혀 다른 길로 흐르게 되었다.

과학고에 떨어졌다는 자책감과

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공부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은 중학교 때보다 훨씬 좋아졌고,

결국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비교는 끝나지 않았다.
형이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밟자,

나는 또다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 의대에서도 좋은성적을 유지했고

좋은 병원에서 수련을 마쳤으며,

의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은 ‘열등감’이라는 감정 하나로 이뤄낸 것이다.


열등감은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 열등감이 나를 움직였고, 성장시켰다.


물론 그 과정이 언제나 건강했던 건 아니다.
지나친 자기비판, 완벽주의, 타인의 시선에 대한 민감함은

여전히 나의 과제다.


하지만 이젠 안다.
열등감을 부정하거나 억누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것.


결핍은 어떻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


1. 결핍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자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직면하자. 부정하지 말자.
“나는 그때 사랑받고 싶었고, 비교당하는 게 힘들었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2. 나만의 기준을 세우자


형, 친구, 동료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작은 성취를 자랑스러워하고,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하자.


3.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자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눌렀던 감정은 언젠가 터진다.
글쓰기로, 말로, 때로는 눈물로...
내 감정에게 숨 쉴 틈을 주자.


4. 건강한 자기 대화 만들기


“난 왜 이 모양일까?”가 아니라,
“그때 나, 참 열심히 버텼구나.”라고 말해보자.
내 안의 목소리는 내가 가장 자주 듣는 법이다.


5. 지지해줄 관계를 찾자


조건 없는 지지를 주는 사람.
비교가 아닌 이해로 바라보는 관계를 통해

우리는 다시 회복된다.


6. 결핍을 ‘이야기’로 만들자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걸 이야기로 풀어낼 때,
그것은 상처가 아닌 경험이 된다.
나처럼, 당신도.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망설였다.
“이런 속마음까지 드러내도 될까?”
“누군가 날 비난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용기 내본다.
‘내가 나였던 시간들’을 받아들이기로.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발견했고, 성장했고,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열등감 하나면, 의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의사는,

누군가의 상처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제는 말하고 싶다.

나의 열등감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그건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한 힘이었다고.


나는 형과 비교당하며,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애쓰며,
늘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 나를 움직이게 했고,
그 결핍이 결국 내 안의 가능성을 일깨웠다.


비교는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 비교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그 결핍은 외로움일 수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갈망일 수도 있으며,
어릴 적 받지 못한 칭찬이나,

지나치게 받았던 기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결핍은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건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내가 걸어온 여정이 되고,
때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 당신에게도 어떤 열등감이나 결핍이 있다면,
그걸 억지로 지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감정을 ‘잘 안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정이 아니라 수용, 회피가 아니라 성찰,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14일 오전 09_31_21.png



이 글에 사용된 심리학 개념들



콤플렉스와 결핍(Complex & Deficiency)


콤플레스 : 특정한 감정이나 생각이 강하게 얽혀 있는 상태로 사람의 행동과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침.


결핍 : 어떤 중요한 것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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