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야경
오스트리아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할슈타트. 몇 년 전부터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을 풍경 때문이리라. 하지만 규모가 작은 탓에 대부분 반나절 혹은 하루만 머물다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일수다.
그러나 나는 일정상 자의반 타의 반으로 이곳에서 1박을 했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할슈타트의 아름다운 밤과 새벽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와서 생각하건데, 이 곳의 진정한 매력은 여행객들이 다 빠져나간 뒤 부터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할슈타트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앞에는 맑고 거대한 호수가 있고 그 뒤로는 경사가 가파른 높다른 산이 버티고 서있다. 할슈타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것 중 하나인데..경사를 따라 집들이 겹겹이 모여있는 모습이 옹기종기 아름답다.
산이 높아서 하루가 빨리 저문다. 산 너머로 해가 사라지고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여행객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낮에는 보기 힘들었던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할슈타트 중앙광장. 한낮에는 사람들과 웃음소리로 가득찬 곳이다. 하지만 해가 저물면 고요함만이 남는다. 음식점들도 대체로 문을 일찍 닫고 인적조차 드물어진다. 밝고 화려한 색을 자랑하던 이곳은 한층 차분해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조금 더 집중하여 이곳에 물들고 건물 하나하나 풍경 이것저것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할슈타트의 상징과도 같은 교회. 사람들은 저 교회를 기준으로 주로 우측을 관광하지만 이번엔 좌측으로 넘어와본다. 해가 거의 다 넘어간 시점의 할슈타트..한적하고 고요하다. 숨이 멎을 정도의 고요가 사진에서도 느껴진다.
한참을 걷다가 발견한 할슈타트의 끝. 여기를 넘어가면 다른 도시가 나온다. 여기도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은 길이지. 이럴때 나는 진정으로 내가 여행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짜여진 곳 남들 다 가는 곳을 가지도 않고,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이동하지도 않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멈추고 다시 돌아오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해는 완전이 모습을 감췄고 어둠이 드리우면10월 초저녁의 스산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날씨는 선선하지만 집안은 굉장히 따스해보인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뒤엔 이런 소소한 풍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할슈타트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
다시 중앙광장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 곳.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며 묘한 긴장감과 따스함이 공존한다. 관광지 여행지라기보단 그냥 정말 평범한 마을 느낌이 난다. 그냥 사람 사는 곳..유럽이 대부분 그렇지만 할슈타트도 저녁이 되면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는다. 딱히 행락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사실상 밤에는 놀거리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 할슈타트에선 1박을 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같긴 하지만..조용하고 고요한 전원 마을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할슈타트에서의 1박은 필수이다.
별이 쏟아지는 할슈타트의 밤하늘. 사실 장노출로 얻어낸 결과일 뿐 맨 눈으로는 저렇게 까지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서울 밤하늘보단 훨씬 별이 많이 반짝인다. 사실 할슈타트 야경이랄 게 없다. 밤이 되면 잠드는 조용한 시골마을이라..관광객들은 어차피 해가 떠있을때나 돌아다닐 뿐...을씨년스럽기까지한 할슈타트의 야경
숙소에 있다가 잠을 이루지 못하여 자정 즈음하여 밖으로 나와보았다. 구름이 낮게 깔린 호수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묘한 분위기의 새벽 호수. 물안개라 해야할지..구름이라 해야할지..아무튼 뭔지 모를 저 거대한 덩어리들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움직이는 건 정말 가히 장관이었다. 정말 바로 눈 앞까지 밀려들어와서 한순간 두려움까지 느꼈던 장면
밤 호수 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밤기운이 여운으로 남아 쉬이 잠이오지 않아 창틀에 걸터 앉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사진찍고 금방 또 물안개로 뒤덮힘..변화무쌍 할슈타트의 밤. 사진으로 봐서 못느낄 수도 있지만..실제로 저 거대한 물안개가 움직이는 걸 보면 정말 멋있다..
밤늦게까지 할슈타트 호수의 야경을 보다 잠들었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새벽 일찍 일어나서 아침 풍경을 챙겨본다. 산높고 공기 맑은 곳에 있는 호수는 아침풍경이 가장 예쁘다. 촉촉한 습기와 선선한 한기가 느껴지는 공기가 창문을 넘어 방안으로 들어온다. 물안개는 여전히 낮게 깔려 있고 여전히 숨이 멎을 듯한 고요함만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새벽의 고요한 풍경을 즐기러 이른 아침 나왔다.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것이랑, 어두웠다가 밝아지는 것이랑 분명 교차점은 있기 마련인데 분위기는 너무 다른다. 이 떄가 대략 아침 7시도 되기 전..맨 위로 올려보면 같은 장소에서 저녁에 찍은 사진이 있는데 밝기가 비슷하다..하지만 이제 여기는 곧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겠지...에너지를 한껏 받을 준비를 하는 중
건너편에도 두터운 구름이 산을 빙 두르고 있다.
고즈넉한 계단을 올라..할슈타트 전망대로 간다.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을 구경하며 오르다 보면..
곧 정상에 도달.
바로 정면에 보이는 산을 바라본다. 산 아래에 있는 성에서 하룻밤을 지낸다면 얼마나 멋질까..유럽 꽤나 많이 다녀봤고..아름다운 마을 많이 가봤지만..살고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도시는 많지 않았는데..여기 할슈타트는 정말 몇 일이고 머물고 살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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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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