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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Nov 03. 2019

아이슬란드 남부의 작은 항구도시 호픈


아이슬란드의 마을을 소개할 땐 계속 상투적인 표현이 따라붙는다. '작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도 그럴 것이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가 40만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수도 레이캬비크와 제2의 도시 아큐 레이리를 제외한 그 어느 도시도 말 그대로 작고 사람 드물고 천혜의 자연 덕분에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밖에 없다. 지난번 vik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마을도 그런 의미에서 작고 아름답고 평화롭다. 


이 날은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후 가장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 VIK 호텔을 떠나 카틀라 지오파크부터 시작해서 프얄살론까지 대략 5곳이 여행지를 둘러보고 오픈에 와서야 하루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전 날 머물렀던 비크이뮈르달 마을에서 오늘 머물 숙소가 있는 회픈(HOFN)까지는 차로 대략 3시간 12분 걸린다. 꽤나 먼거린데 중간중간 아이슬란드 대자연을 구경하며 오다 보니 3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호픈은 아이슬란드 남부의 작은 항구도시다. 도시라고 표현하기 조금 민망한 크기라 마을이라 하는 게 더 적당할 것 같다. 지형은 위와 같다(우하단 사진). 바다 쪽으로 뭔가 톡 하고 튀어나온 모습.



위치 덕분에 이곳은 바트나이외쿠틀 국립공원을 여행하거나 동부 피요르드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다. 나도 동부 여행에 앞서 잠시 오픈에서 머물기로 한다. 예약한 숙소는 호텔 에다. 아이슬란드의 저렴한(?!!!) 호텔 체인이다.


로비가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따스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이 호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 팔 힘을 기르자. 인내를 기르자. 호텔에서 보이는 풍경 항구 풍경이 보인다. 꽤나 늦은 시각임에도 밝다(잠은..?)


전체적인 호텔의 모습. 20만 원 중반에 예약했지만 사실 같은 금액에 예약 가능한 서울이나 다른 곳의 호텔과 비교해 보면 눈물만 난다. 살인적인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새삼 잘 와 닿는 부분. 아이슬란드 여행은 숙소 예약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호텔만 선택하면 파산하기 딱 좋다. 적당히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앤비 등 저렴한 곳도 이용하자. 



호텔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아.. 그래.. 이거 보려고 여기 온 거지(눈물을 닦는다). 호텔 복도는 꽤나 조용했다. 사람이 없다. 마을도 호텔도. 호텔 뒤로 보이는 바다 풍경은 고즈넉하다 여유롭고 고요하고..


작은 마을 호픈 이지만 레스토랑 숙박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vik에 비하면 여긴 뭐 대도시다. 때문에 VIK에 비해 이름난 맛집들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가재 맛집인 humarhofnin. 호텔에다와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식사시간이 되어 배가 고파 맛이 궁금하여 찾아간 식당은 1층엔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고 점원은 2층으로 안내했다. 1층과는 달리 텅 빈 2층. 이곳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억 겹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먼저 시켜둔 바트나이외쿠틀 맥주. 사실 맛은 좀 이상했다. 어느 지역을 가든 로컬 맥주는 꼭 먹어보는 편인데

내 입맛엔 맞지 않았던 것으로... 식전 빵은 무한 리필이 가능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두 바스켓은 시킨 것 같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


이 집의 주 무기 가재요리는 얼핏 보기에도 비주얼이 훌륭했다. 같이 주문한 양고기 스테이크는 지글지글 끓는 놋쇠 위에 올려져 그 위에서 사르르 녹는 버터향과 함께 오감을 자극한다. 하지만 양고기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퍽퍽하고 약간 느끼했다.


꽤나 만족스러웠던 식사는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는 식전 빵과 역시 어딜 가든 주 메뉴를 시켜야 한다는 걸 새삼 알려준 가재요리와 독특하긴 했지만 내 입맛에 맛있은 않던 양고기 스테이크.. 를 먹고 남은 뒤 테이블을 떠나기 전에 흘긋 내려다본다. 


이렇게 먹고 약 15만 원 정도 나왔다. 음식 두 그릇과 맥주 두 병에 15만 원. 아까 그 숙소와 더불어 살인적인 아이슬란드 물가에 또다시 한 방 맞은 느낌.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된 거지.라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밥도 먹었겠다 마을을 가볍게 돌아본다. 정말, 가볍게 돌아본다.. 이 작은 항구도시에선 가볍지 않고서야 할 게 딱히 없다. 상단 사진 속 저 멀리 보이는 허름한? 건물이 호픈 에다 호텔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호텔이라고는 절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하단 좌측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레스토랑. 가보진 않았지만 여기도 맛집이라 한다. 워낙 마을에 레스토랑 자체가 적다 보니 벌어진 일 같다. 이런 곳에 적당히 맛있는 식당을 차린다면? 가자. 아이슬란드로!!!



워낙 작은 마을이라 근처에 마트 등이 없어서.. 물 조달에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돈 주고 호텔 서비스를 이용. 아이슬란드 여행할 땐 마트가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자. 딱히 살 게 없더라도 일단 들어가 보자.


아이슬란드의 살인적인 물가를 다시 한번 체험한 날이었다. 호텔비도 식당도. 식과 주에 눈퉁이를 맞고 눈물 또르르 흐르려다.. 이 풍경을 보고 멎었다(우). 아마 22시 즈음... 된 항구 풍경으로 기억한다. 해가 질듯 말 듯 밀당할 때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든다. 



아이슬란드에서 맞이한 4번째 아침 작은 항구마을 오픈에 따스한 6월의 햇살이 내리쬔다. 호텔 에다 호프의 조식. 물가가 비싸고 밖에서 사 먹을 곳이 적은 아이슬란드에서는 조식을 챙겨주는 숙소에선 빠짐없이 아침을 먹는 것이 좋다.


건강한 자연의 땅 아이슬란드 답게 호텔의 조식들은 전부 건강식 투성이다. 나같이 초등학생 입맛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이슬란드 호텔의 조식은 정말 심심하게 느껴질 듯. 그래도 커피는 맛있네 : )



조식을 다 먹고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다. 아무래도 호프의 지형이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지라 바다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멀리서 보이는 저가?! 호텔 체인 호텔 에다. 호텔은 천혜의 위치를 자랑한다.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생필품을 공수하긴 어렵지만 항구와 가까워 조용히 보내기 좋다. 그저 작은 항구에 불과한데 풍경이 이리도 운치 있으면 어쩌냔 말이다.. 작은 마을 호픈의 작은 항구 풍경들 어디선가 고요한 바람소리와 갈매기의 끼룩끼룩 소리가 들려온다.



항구 근처에는 맛집이 여럿 보인다. 맛집 자체가 없으니 뭘 들여놔도 그냥 맛집으로 보인다. 어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가재 맛집은 건물이 상당히 예쁘다. 뭔가 대단한 기교를 부린 것도 아닌데. 건물의 벽 색과 포인트 색의 조화도 상당하다. 설명판?을 보니 가족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곳인가 보다.



그 외에도 역사가 깊어 보이는 집들이 몇 군데 있다. 간판?을 세워놓은 방법이 독특하다. 북유럽 특유의 단아하고 심플한 집?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고 힘이 있다.


잠시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작은 오르막을 올라본다.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4륜 구동 차 우리나라에 저런 차가 있으면 에이.. 멋 부리네.. 싶겠지만 여기는 지형 특성상 정말로 저렇게 차고가 높은 차가 필요하다. 저런 종류의 차는 아이슬란드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체크아웃을 위해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저가 호텔로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굉장히 깔끔하다. (그리고 비싸지..) 테라스에는 예쁜 의자가 놓여있다. 바다를 향해 놓인 의자 왕좌의 게임이냐 ㄷㄷ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음 행선지로 가기 전에 우리는 호픈 마을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다음에는 아이슬란드 본격 마트 구경!! 뭐가 뭐가 있나 살펴보자+_+



중간에 안 나가시고 끝까지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글도 사진도 전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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