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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Nov 03. 2019

앗! 타이어 신발보다 잘 빠지는 곳

위험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여행 망할뻔..



생각보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아이슬란드 땅떵어리. 덕분에 여행지와 여행지를 이동할 때 두 세시간 운전하는 건 기본이다.


두 세시간을 우리나라 고속도로 같은 곳을 운전한다면 지겨움의 연속일테지만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라면 이마저도 여행의 연속이다. 작은 풍경 하나 허투루 보이는 것이 없다. 운전하다 여기다 싶으면 그냥 그자리에 멈춰 자리를 잡고 자연을 즐기자 사진속 아저씨 처럼(우 하단)



누구나 쉽고 가깝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 시시각각 변하는 차창 밖 풍경들은 잠시도 눈을 뗄 시간을 주지 않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에 여기가 어딘가 남기고 싶어 길가의 표지판을 찍어보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건 매한가지. 어떻게 발음을 해야할지 조차 알길이 없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링로드 바로 옆에 바다가 보인다. 중앙에 흰 색으로 선이 그어져있다니 이런 것도 오랫만에 본다. 링로드는 별 다른 표기 없이 그냥 대충 포장된 도로로 되어 있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친절하게 차선을 나눠주다니.



이윽고 작은 자갈로 된 해변이 보인다. 몇몇 차들이 바다 가까이 차를 끌고 들어가 차를 세워두고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하며 한가지 배운 팁은 어딘가에 차가 있고 사람들이 내린다면 거기엔 반드시 뭔가가 있으니 시간여유가 있으면 지나치지 말고 같이 가서 뭐가 있는지 보라는 거였다. 


때문에 나도 링로드로 빠져나가려다 핸들을 걲어 자갈 해변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저~기 사진속 사람들이 해변으로 들어가려는 나에게 손을 막 흔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뭐야 이 격한 환영은


그 순간 갑자기 자갈 해변에 진입한 차량의 바퀴가 헛돌기 시작한다. 아뿔싸..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저 난리를 친거구나? 나를 환영하는 몸짓이 아니라 들어오지 말라는 신호였구나? 황급히 발끝의 세밀한 감각으로 엑셀을 조작하고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 바퀴를 바로잡고 자갈 해변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설명하니 무슨 운전 만랩 같은데 순전히 운이 좋았다.  



자갈밭을 빠져나와 다시 링로드로 올라와 근처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놀란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은 수많은 차들을 집어 삼킨 자갈 해변의 흉흉한 풍경들. 마치 식충식물의 화려함에 이끌려 날아들었다가 잡아먹힌 벌레들의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정신차리고 목격했다고 해야 하나..


나같은 경우 자갈이 깊지 않은 입구에서 알아차리고 빠져나왔기에 망정이지 멀리 해변 가까이 까지 간 차들은 대부분 승용차이며 바퀴의 상당 부분이 자갈에 잠겨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던 터였다. 아마도 견인 차를 불렀겠지? 


만약 나 역시 저기서 바퀴가 잠겼다면 그 날의 일정을 다 날렸을지도 모른다. 오싹한 생각에 몸서리 치고 있는데 내 옆을 말릴 새도 없이 차량 3대가 손쌀같이 지나가 자갈 해변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갈땐 정말 거침없이 차가 자갈을 해치고 가는데 깊이 갈수록 바퀴가 헛돌아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RIP를 속으로 외치며 나는 다시 링로드에 올라 가던 길로...



식은땀 나는 상황을 뒤로 하고 계속 달리니 청명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도로가 나왔다. 바위에 새겨진게 혹 지명일까 담아본다. 표지판이 보여서 그거나 읽으면 도움이 될까 봤는데, 아 쫌!! 표지판좀 읽읍시다 이싸람들아 저렇게 덕지덕지 ㅋㅋ 여기도 뭔가 지형이 굉장히 독특했다. 바로 앞에는 푸른 바다가 있고 뒤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있다. (배산임수?)



금방이라도 위에서 모래가 쏟아져내릴 기세다. 차를 끌고 조금 더 이동하니 뭔가 거대한 바위가 해변에 황망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제법 거대하다. 넌 어찌 바다와 바람을 견디고 우뚝 서있니..



한눈을 너무 판 모양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다시 차에 올라탔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링로드에서 잡아먹는 시간이  꽤 된다. 주변 풍경에  무감각한 사람이라면 출발지 a에서 도착지 b까지 단 한 번의 정차 없이 가겠지만..나같은 사람은 수없이 차를 세운다. 링로드 주변 풍경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황량한 대지에 의문의 사내가 홀로 서 있다. 뭘까..뭐지..도대체..



어찌어찌 겨우겨우 Djupivogur마을에 도착했는데 이런식의 운전이 반복되다 보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근데, 그럼 어떠리..이 또한 여행의 일부인걸. 


다음 이야기는..작고 아기자기한 마을 Djupivogur..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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