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iny Nov 09. 2019

아이슬란드 마트엔 무엇이 있을까?

잠시 쉬어가는 아이슬란드 여행기

마트 구경은 언제나 재밌다. 시장 구경이 시간이 지나 마트 구경으로 바뀌었달까. 북적이는 밀도감도 좋고, 사람 구경 물건 구경 먹을 것 구경, 이보다 더 활기차고 흥미로운 곳은 없다. 이런 연유로 다른 나라에 갈 때도 꼭 시장이나 대형마트는 챙겨가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구경보다는 생존을 위해 마트를 찾았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앞서 말했듯 대도시가 아닌 이상 대형마트를 보기 힘들다. 웬만한 생필품이나 먹거리들은 그냥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게 나을 정도.



그래서일까 픈에서 발견한 이 커다란 마트(상단 중앙)가 너무 신기했고 보자마자 필요한 생필품을 쟁여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 여행기는 좀 쉬어가 보자. 아이슬란드 마트에선 뭘 팔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물론, 결론부터 말하면, 뭐 별거는 없다 ㅎㅎ; 다 사람 사는 곳이라 비슷비슷하달까..



우선 크기에 감동해본다. 아이슬란드의 마트 치고 시선이 저~~ 멀리에 닿는 경우는 드물다. 입구에 들어서서 그냥 한 바퀴 360도 돌아보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규모의 마트가 파다한데 이 곳은 입구에서 한 바퀴 둘러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거대한 마트,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마주한다.



감동적이다. 베이커리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니. 이곳에서 직접 구웠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공간이 따로 마련된 마트는, 이후로도 본 적이 없다. 갓 구운 따스한 빵의 질감과 향이 느껴지는 공간. 입구부터 이런 걸 배치해놓으면 게임 끝.



각종 음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마트는 이 진열장 하나가 마트의 전부였을텐데 이 곳은 음료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큰 공간을 채울 수가 있다.



과일도 한쪽에서 판매 중이긴 했는데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 왠지 추운 나라에서 자란 과일은 맛이 없을 것 같아. 물론, 저 과일들이 아이슬란드 산이 아니라 열대지역 산이라면 또 반전이겠지만.. 근데 열대지방에서 난 과일이라 해도 왠지 추운 아이슬란드에 있으니 맛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이슬란드 돌면서 과일을 팔고 있는 마트는 처음이다! 베이커리에 이어 과일도 팔다니!



냉동식품과 고기가 보인다. 옳다. 이들은 항상 옳다. 항상 옳은 존재이다. 길이요 진리요 빛인 존재들인 것이다. 보관만 용이했더라면, 근처에 숙소가 있었더라면 난 이 곳에서 비싼 아이슬란드 물가의 압박을 이겨내고 과감히 내 지갑을, 아니 카드를 긁었을 것이다. 근데, 얘네 국내산인가 수입산인가.. 아이슬란드 돌면서 소나 돼지는 못 본 것 같은데..



커피 원두도 종류별로 다양하다. 한 때 커피가 취미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원두에서 간 원두에서 믹스커피로 다시 회귀한다. 신기한 노릇이다.



감자칩 역시 그 종류가 상당하다. 상품마다 선택의 폭은 점점 넓어지는데 행복이 그만큼 커지진 않는다. 무얼 골라야 할지 즐거운 비명이 아니라 점점 그냥 비명을 지르게 된다. 저 많은 것들 중 검증된 것만 선택된다. 낯선 곳에서 도전은 무리하지 않는다.



닭이다. 아낌없이 주는 닭이다. 튀겨먹고 구워 먹고 삶아먹는다. 그 저렴함과 범용성은 소나 돼지, 오리가 따라올 수 없다. 닭은 옳은 것 중에서도 최고다.



홀로 드러누워있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다 말았다. 거의 다 되었는데 마지막에 버림받았나 보다. 서럽겠다. 외롭겠다. 다시 제자리에 놓고 싶어 진다. 마트 구경을 하다 보면 더한 상황도 발견한다. 식료품 코너인데 옷이 널브러져 있다. 양념소스로 가득한 곳에 냉동만두 한 봉지가 꾸겨 넣어져 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위로라도 받을 텐데 낯선 곳에 눕혀져 선택받지 못한 서러움을 혼자 끌어안고 슬퍼해야 한다.



간단한 속옷은 물론이고 털실? 도 판매한다. 털실은 왜 파는 거지? 아이슬란드 내 다른 마트보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서 도대체 이건 왜?라는 물음표가 붙는다. 근데 양말이나 속옷 사이즈... 가 엄청나게 크다. 내 손보다 훨씬 큰 양말.. 발 사이즈가 300mm 정도는 되려나



제일 놀랐다. 이런 데서 스타벅스 캔음료를 팔다니!! 링로드 돌아다니며 스타벅스는커녕 그 흔한 커피숍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처음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유럽을 돌아다녀도 보기 힘든 스타벅스 커피를 아이슬란드에서 마주할 줄이야



간단한 샐러드나 도시락? 같은 것도 팔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델리(deli) 코너 같은 곳이랄까. 맛있어 보여서 샐러드 종류로 한 개 구입



전자제품도 팔고 있다. 근데 여기서 또 우리 대형마트와 크기가 다르긴 하는구나를 느낀 게, 우리 같으면 조명 코너가 따로, 고데기 등 헤어제품이 따로 뭐 이럴 텐데 여기는 그 정도 물품이 구비되지 않으니 이 다양한 장르를 한 곳에 다 몰아넣었다. (그러면서 털실은 왜 또 그리 많았던 거지..) 필립스 제품이 많이 보인다.



한쪽에선 그릇 등 주방용품도 판매 중이다. 주방용품 마니아인 내가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딱히 막 창의적이 거 재미있어서 눈길을 끄는 상품은 없는 것 같다. 정말로 담백 그 자체. 실용성 몰빵.



다양한 간식을 파는 곳도 있었다. 여러 상품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겨우 한 개에 정착했다. 운전 중에 졸리거나 무료할 때 한두 개씩 먹으면 좋을 것 같다.



탄산음료 코너에선 500ml짜리 코카콜라 캔을 발견했다. 왼쪽에 있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350ml 캔이고 오른쪽이 500ml짜리다. 우리나라엔 없는 이런 걸 보는 게 외국 마트 탐방의 묘미 아닐까.



아이슬란드를 방문했을 때가 유로 2016 대회가 막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아이슬란드가 계속 강팀을 꺾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축제의 대열에 합류할 뻔했다.



이 커다란 마트에서 흥분하며 돌아다녔는데 정작 구입한 건 샐러드 한 팩과 요구르트 두 개가 전부다. 별다른 소득 없이 나오는 패잔병의 느낌이 들었다. 다만, 여행 경비는 수많은 적군으로부터 보호하게 된 경우.


캐셔 친구는 표정이 상당히 뚱했다. 하루 종일 사람 상대하며 기계적으로 일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네 캐셔가 유독 친절한 것 같다. 친절해서 나쁠 건 없는데, 손님 입장에선 좋긴 한데 캐셔 입장에선 너무 과한 것을 사업자가 요구하는 것 아닌가 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계산만 실수 없이 잘해주면 되는 거지 뭐..


상당히 어려 보이는 얼굴이다. 중고등학생즘 되어 보이는데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걸까. 이런 걸 고용창출이라 불러도 되는걸까..



총 천연색 생동감 넘치던 마트를 빠져나오니 뭔가 우중충하고 흐릿한 풍경이 맞이한다. 이제 한 타임 쉬었으니 본격적으로 동부 아이슬란드로 향해본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매거진의 이전글 앗! 타이어 신발보다 잘 빠지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