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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09. 2019

여행과 고행은 한 끗 차이

집 떠나면 고생


여행과 고행은 한 끗 차이다. 마냥 즐거울 것 같은 여행도 자칫 잘못하면 고행이 되어 버린다. 준비과정에서 고생을 하든 여행가서 고생을 하든..


가장 저렴한 표를 구하고 일정에 맞춰보고 숙소와 동선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으며, 낯선 장소에서 처음보는 사람들과 생소한 음식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터지는 각종 돌발 상황들과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닳아 없어지는 나의 체력과 누적되는 피로에 시달리면 숙소에 돌아올 때 쯤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구나' 라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언젠가 갔던 제주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자주 찾은 제주라 해도 여행은 여행이었다. 짧은 일정 안에 이것저것 보겠다고 욕심껏 꾸겨넣은 동선과 각종 방문지 덕에 늦은 오후 녹초가 되어 숙소로 겨우 돌아왔다. 


앞 마당에는 마치 이를 예견이나 한 듯 편한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기 아쉬웠던 나는 털썩 주저앉아 아무생각 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내 머리 위에서 쨍하니 밝게 빛나 감히 바라볼 수 없었던 해는 그 빛과 힘을 잃어 내 눈높이로 점점 떨어져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정도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검고 어슴푸레하게 변하는 대지와 검붉게 변하는 하늘, 그리고 그 사이의 해가 마치 'oo야, 하루종일 고생했어. 이젠 좀 쉬어도 되' 라고 안식의 말을 건내는 듯 했다. 


비단 여행이 아니어도 일상에서도 퇴근시간이 다가와 창문 밖으로 노을이 질 때마다 내게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이제 쉬어야지'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해는 사라지고 주변은 어두어진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씻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차례인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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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전경입니다. 마당에서 넋놓고 풍경을 바라보기 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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