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라구스 어느 골목길에서
포르투갈의 라구스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휴양지지만, 난 라구스의 하얀 파스텔톤 골목길을 더 사랑한다. 라구스 시내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은 덕분에 매일 15분 정도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내게는 그것마저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골목 풍경을 사랑한다. 대로변에 있는 모습들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껏 꾸민 모습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골목길은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행인들을 맞이한다. 이런 곳에서 정말 진짜배기 그 도시의 매력이 드러나곤 한다.
라구스의 골목 풍경은 꽤나 예쁘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아하고, 소박한 듯 하면서도 군데군데 매력적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포인트들은 대부분이 창문인데 집집마다 제각각인 창문들이 저마다 자신의 멋을 뽐내듯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곳에선 우연함에 기대어 멋진 장면을 마주칠 수 있다. 이번에도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예쁜 창틀과 하얀 커튼이 맘에 들어 그 앞에 서서 카메라를 준비시켰는데 때마침 어느 할머님이 문을 열더니 턱을 괴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포즈를 취하셔서 사진에 함께 담아버렸다. 여행을 다녀온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여쭙고 싶다.
할머니, 지금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계신가요?
words by la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