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이 사는 곳,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얼마나 좋길래...
해마다 여행 성수기가 되면 여행사이트들은 앞다투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목록을 내놓는다. 얼마나 좋길래 죽기 전엔 꼭 가봐야 한다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생각보다 넓다. 단지 우리가 매일매일 생활 반경 내를 쳇바퀴처럼 돌기 때문에 평소에 느끼지 못할 뿐 아름다운 곳은 생각보다 많다.
목록은 내놓는 매체에 따라 매번 바뀐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또 다른 별칭은 요정의 나라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버스를 타고 대략 2~3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다. 내리는 순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느꼈던 청량감이 담긴 맑고 깨끗한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참고로 육교를 마주 보고 좌측으로 가면 호텔 플리트비체와 호텔 벨레브가 나온다. 나는 플리트비체를 겨우? 반나절 밖에 돌 수 없었지만.. 다 보고 나니 여기서 1박을 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플리트비체에서 1박을 계획한 행운아가 있다면 좌측의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여기가 워낙 외진 곳이라 마땅한 숙소가 없다.
입구에서 만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지도. 보면 알겠지만 여기, 꽤나 넓다. 하루는 꼬박 투자해야 여유롭게 전부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을 위해 국립공원은 친절하게도 요약 코스를 몇 개 펼쳐놓는다.
하지만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도를 따르지 않을 것을 권유한다. 첫째로, 우선 지도가 의미가 없다. 지도를 봐도 사실 여기가 어딘지 구분이 어렵고 어느 한 곳을 기점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건 전부 물과 풀뿐이어서 실상 발 길 닿는 대로 걷다가 좋은 곳을 보게 되는 우연성에 의지하는 편이 더 좋다.
티켓 판매소로 가서 입장권을 구매한다. 그리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입장하기 위해 숲길을 걸어가 본다. 가는 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경고문?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에 관한 간판을 마주하게 되는데, 결론은 '여기선 까불지 마'로 수렴하는 것 같다.
점잖은 행동을 요구하는 재미난 간판을 나고 나면 티켓 플리트비체 입구가 보이고 티켓 판매소에서 구매한 입장권을 보여주면 비로소 정말 국립공원 안에 입장하게 된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와 풀 사이로 청자빛 호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의 간판을 만난다. 뭔가 유람선 표시가 되어 있다. 잠깐, 웬 유람선이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16개의 호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이들 호수 중 가장 큰 Kozjak 호수에는 관광객들을 호수 안쪽으로 실어 나르는 전기배가 항시 대기 중이다. 마치, 남이섬을 구경하기 위해 배를 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배는 대략 50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것 같다. 승선 정원이 얼추 타고나면 드디어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호수의 물은 맑다고만 설명하기엔 부족했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롱한 청자빛 색이 햇볕에 일렁이는 것이 정말로 신비스럽다.
배는 이윽고 반대편에 도착했고 가볍게 내린 나는 맑은 물을 구경하기 위해 호숫가로 가보았다. 호숫가엔 이미 여기저기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있고, 맑은 물에 감탄할 즘 여기저기서 야생오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태껏 가본 그 어느 호수, 강, 바다보다도 투명하고 청아한 빛을 발하던 플리트비체의 호수
군데군데 입간판이 여기가 어디인지를,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설명하지만 사실 플리트비체를 돌아다니는데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워낙 넓고 헤매기 좋아서.. 그냥 맘을 내려놓고 편히 구경하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그 넓이가 약 19.5헥타르에 달한다. 덕분에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하지만 사람이 많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넓은 면적에 그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 그래서 이 곳은 자연을 벗 삼아 조용히 거닐며 산책하기에도 좋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거닐며 가장 감탄했던 것이 바로 물의 색이었는데, 어떨 때엔 청자빛으로 또 어떨 땐 투명한 색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위키에 있는 설명으로 대신한다.
국립공원 내부의 방대한 양의 물은 물에 포함된 광물, 무기물과 유기물의 종류, 양에 따라 하늘색, 밝은 초록색, 청록색, 진한 파란색, 또는 회색을 띠기도 한다. 물의 색은 날씨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비가 오면 땅의 흙이 일어나 탁한 색을 띠기도 하고, 맑은 날에는 햇살에 의해 반짝거리고 투명한 물빛이 연출되기도 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수십 개나 된다. 아무래도 지형의 높이 차이 덕분에 생긴 것들인데, 호수간 지형 차이가 크게는 133미터나 된다고 한다.
잔잔한 수면 위로 반사된 풍경들. 맑은 물이 자연스럽게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군데군데 지형의 높이 차이로 인해 강물처럼 물이 흐르기도 하지만, 이렇게 지형의 높이차가 없는 경우 말 그대로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라도 없으면 이 이상한 풍경에 혼을 잃고 어디선가 나타난 물의 정령에 이끌려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는 플리트비체에서 가장 높은 폭포. 대략 80미터 높이에서 가늘고 긴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사실 폭포는 그날 그날의 수량에 따라 그 모습이 변하는데, 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시기에 오면 그 가느다란 물줄기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폭포를 눈에 담으려면 고개를 뒤로 90도 정도는 젖혀야 한다. 그리고 폭포 앞에는 사진 찍기 굉장히 좋은 포인트 바위가 있어, 매 순간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폭포를 배경으로 바위 위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자리를 옮겨본다. 폭포의 반대편 높은 곳으로 올라왔다. 멀리서 아까 보았던 그 폭포를 바라본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을 보면, 나무로 가려져 있지만 저 높고 평평한 곳에서도 물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지형의 고도차와 16개의 호수, 그리고 수십 개의 폭포 덕분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공원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약점인 '지루함'이 없다. 왜냐하면 그때 그때마다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지형을 한 컷으로 설명해주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한 고도 차이와 폭포, 그리고 호수.. 이런 풍경.. 지구상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이런 풍경 덕분에 사람들이 흔히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고 했던가
정처 없이 걷다 보면 sightseeing point로 오게 된다. 국립공원의 한쪽을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데, 시간이 없더라도 이 곳은 꼭 오길 바란다. 왜냐하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하이라티트, 바로 이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를 설명하는 글을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이 풍경이다. 실제로 보고 있으면 눈을 떼기 힘들다.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워서
신록이 푸른 계절에 오긴 했지만 플리트비체는 4계절이 아름다운 공간일 듯하다. 단풍이 진 가을 풍경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풍경도 멋스러울 것 같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 가까이서 보면 격하게 움직이는 활어 같은 모습이지만 멀리서 보면 거대한 고래상어 마냥 장중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넓은 공원의 크기에 당황했다. 처음 배를 탔을 때 만해도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공원 중간에서 만난 플리트비체 전도. 어마어마하다. 다른 글에선 이곳을 여유롭게 다 보기 위해 3일은 넉넉히 필요하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넓은 면적 탓에 공원 내 일정 지점은 사진과 같이 셔틀버스가 지나다닌다. 편히 이용하자.
반나절이라는 짧고도 무척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선착장에는 공원을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날은 서서히 저물고.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다소 오글오글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죽기 전에 이 곳에 오게 되어 굉장히 다행이라고 웃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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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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