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국립공원 캠핑장의 아침
캐나다 로키 캠핑카 여행 3일째 아침이 밝았다. 도착 이후 이틀간 시차에 시달려 하루 종일 잠통에 빠진 것 마냥 몽롱한 상태여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상쾌하게 일어난 것이 시차로 인한 피로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기운차게 일어나 전 날 둘러보지 못했던 캠핑장의 아침을 여유롭게 만끽해본다. 꽤나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캠핑장은 굉장히 조용하다. 사실 캠핑장은 24/365 조용하긴 하다. 캠핑카라는 외부와 내부를 구분해줄 공간이 있긴 하지만 캠핑카를 벗어나면 캠핑장은 모두가 한데 공유하는 커다란 공간이고 여행객과 여행객 사이를 분리해주는 칸막이가 없다.
그래서 캠핑장에서는 아무리 신나고 흥분되어도 최대한 조용히 즐기는 것이 서로를 위한 보이지 않는 매너이자 배려다. 며칠 동안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그 흔한 취객이나 크게 소리를 지르며 웃고 떠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덕분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에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 캠핑장을 쭉 둘러본다. 이른 아침이라 모두들 잠들어서인지 분명 캠핑카는 가득 차 있는데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다.
전 날 밤에 보았던 거대한 산이 보였던 지점으로 가본다. 아침 안개가 걷히며 날카롭고 웅장한 산의 근육이 보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고요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 맞은편에도 역시 캠핑카 구역이 있다. 아무래도 이 캠핑장의 명당은 저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온라인 예약을 할 때도 저 자리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아침에 일어나 캠핑카 밖을 나오면 보이는 풍경이 바로 저런 모습이라면?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이라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거대한 산 외에도 이른 아침 캠핑장에는 볼거리가 많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돈된 도로와 중간중간 솟아오른 아름다운 나무들, 그리고 아침이슬을 맞이하고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이름 모를 꽃들과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캠핑장 여기저기를 제 집처럼 드다느는 각종 야생동물들 (주로 다람쥐나 두더지 같은 아이들)
지난번 글에서도 말했지만 비용과 시간이 허락해준다면 다시 로키 캠핑카 여행을 올 것이고 그때에는 바삐 돌아다니기보다는 캠핑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호캉스가 시간이 지나 일종의 여행과 휴식으로 인정받듯 캠 캉스도 호캉스만큼이나 힐링과 휴식과 여유를 준다. 오히려 호텔보다 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을 수도.
대자연속에서 있어 보이게 컵라면과(...) 주스 한 잔으로 브런치를 대신해본다. 호텔에서 먹는 조식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음식을 먹는 공간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캠핑카 안에서 단출하게 먹을 수도 있고 캠핑카 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대자연에 푹 파묻혀 먹을 수도 있다. 똑같은 컵라면인데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건 분명 기분 탓이긴 할 거다. 캠핑카를 움직여 다시 한번 벤프 시내로 향한다.
이유는 머리를 말릴 드라이기가 필요했기 때문. 여행 일정이 자칫 꼬여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른 아침에 구경하는 벤프 시내도 궁금했기 때문에 그리고 전체 일정에 여유가 조금 있어서 가능했다. 어떤 여행이든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은 조금 넉넉하게 짜는 게 좋기는 하다.
그래, 근데 뭐 그게 생각대로 되나.. 이런 게 여행의 묘미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 일을 대처하고 극복하는 것도. 마치 롤플레잉 게임 속 주인공 마냥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그런 재미.
이른 아침 도착한 벤프 시내는 굉장히 한적했다. 유유자적 도로를 누비며 R.V 전용 주차장을 찾아본다. 지난번 벤프 시내 여행기에서 언급했지만 만약 캠핑카를 끌고 시내를 갈 생각이라면 R.V 전용 주차장이 있는지 여부와 어디 있는지 정도를 사전에 알고 가면 편하다. 아무리 Van conversion 캠핑카라도 그 크기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크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 주차하기 꽤나 어렵다.
물론 도로 주행이야 워낙 도로가 널찍해서 상관없지만 일반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다 보면 주변 승용차에 어쩔 수 없이 민폐를 끼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벤프나 후에 얘기할 재스퍼 등에는 캠핑카 전용 주차장이 있다. 주차공간이 워낙 넓어서 맘 편히 주차가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벤프 시내에 전자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곳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규모인 CASCADE SHOP이란 거대한 몰이 있고 그 지하에 전자기기 전문점이 있었다. MALL 안으로 들어가면 겉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캠핑 준비를 할 때는 최대한 추가 구입할 물품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계획하고 챙기는 게 중요하다. 캐나다 대도시를 떠나 로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오면 밴쿠버나 토론토 등 대도시에서는 쉽게 그리고 싸게 구할 수 있는 것들도 벤프나 재스퍼 등 나름 국립공원 안에 있는 규모 있다는 도시에 가도 구할 수가 없거나 어렵게 구하거나 또는 비싸게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캠핑카 여행은 더더욱 준비한 만큼 편해진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존스턴 캐년으로 향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lainydays/84
https://brunch.co.kr/@lainydays/86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사진도 글도 전부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