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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27. 2019

벤프 국립공원의 중심

벤프 시내 구경과 미네완카 호수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 정상을 다녀온 뒤 캠핑카를 타고 벤프 시내로 향한다. 아이슬라 드 여행이 점에서 점으로의 이동이 아닌 선과 같았던 것처럼 캐나다 역시 여행지와 여행지 사이에 멋진 자연이 끝없이 나타난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캠핑카 여행의 장점은 이럴 때 도드라진다. 운전 중 정차할 만한 장소만 확보되면 언제든 차를 잠시 세우고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침대에 눕거나, 간단히 요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모두 일반 승용차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왼쪽은 2019년의 벤프(캐나다) 오른쪽은 2009년의 인터라켄(스위스)


그런 식으로 차를 멈췄다 운전했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벤프에 가까워진다. 시내에는 캠핑카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다. 일반 차량 주차장보다 조금 더 시내 구석진 곳에 있지만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어 마음은 훨씬 편하다. 


캐나다 벤프는 벤프 국립공원 여행의 중심지다. 이곳을 기점으로 주변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면 된다. 만약 캠핑카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숙소를 벤프에 잡았을 거다. 그중에서도 벤프 다운타운은 로키를 찾는 여행객들이 잠시 들러 끼니를 해결하고 쇼핑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인구가 대략 9,00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 벤프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캠핑카에서 내려 주변을 살짝 둘러본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작은 시골마을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과거의 경험에서 자꾸 유사한 것을 끄집어 내려는 습관이 있는데, 벤프는 스위스의 산악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라켄 정도? (좌) 2018 캐나다 벤프 (우) 2009 스위스 인터라켄



압권은 중앙 에비뉴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캐스캐이드 산이다. 마치 벤프 시내를 지켜주는 거대한 산의 정령 같은 웅장하고 압도적인 모습이다. 중앙도로에는 자주 캠핑카가 지나다닌다. 도로 폭이 넓어서 운전하기 매우 편하다. 도로 양 옆에는 각종 아웃도어 용품점들이 즐비하다.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그리고 캐나다구스까지. 


그리고 각종 캠핑과 관련된 용품들도 판매하기에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뭔가 빠졌다 놓쳤다 싶은 게 있으면 여기서 구입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쌀 수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반나절 정보면 벤프 다운타운의 구석구석을 훑어볼 수 있다. 



벤프는 전체적으로 사람이 많은 가운데 평온함과 평화로움을 잃지 않는다. 북적이는 관광객과 드문드문 보이는 현지인들이 뒤섞여 사람 냄새를 풍긴다. 벤프 시내는 지역을 관광하면서 그 뒤로도 두어 번 방문한다. 시내의 다른 면모는 그때의 여행기에서 다루기로 한다.



벤프를 뒤로하고 떠난 행선지는 미네완카 호수. 벤프 국립공원에 있는 많은 호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길이가 무려 21km에 달한다.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일개 마을을 수 개 합친 것과 맞먹는 크기다. 



늦은 오후 찾아간 미네완카 호수는 끝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시끌벅적한 관광객 무리는 이미 호수를 빠져나간 지 오래고, 힘을 잃은 오후의 해가 긴장감 없이 편하게 호수 주변에 햇살을 뿌려준다. 호수의 모양이 굽이쳐 있어 곳곳이 산에 막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가 20여 킬로미터에 달한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부분.



하늘은 푸르고 물살은 잔잔했고 공기는 신선했다. 캐나다 도착 2일을 마무리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 날이 좀 더 더웠더라면 수상 액티비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은 흔적이 호숫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아마도 보트를 탈 수 있거나 낚시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듯하다. 


호숫가에는 소박하지만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놓인 빨간 의자도 있다. 거기서 바라보는 미네완카 호수의 풍경은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 맑은 호수와 푸른 하늘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장대한 산맥을 바라보노라면 나라는 존재는 어째 그리 점점 작아지는지..



호수를 둘러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온다. 미네완카 호수 주차장은 설퍼산 곤돌라 주차장과는 달리 일반 차량과 캠핑 차량이 주차장을 공유한다. 대신 주차장 크기는 캠핑카에 맞춰져 있다. 



미네완카 호수 구경을 마치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이제는 조금 손에 익은 식수와 전원, 그리고 오물 호수 등을 연결하고 냉장고를 열어 남아있는 식재료를 체크한다. 



캠핑카 세팅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처음으로 캠핑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보랏빛 어둠이 살짝 내린 캠핑장 안에는 낮과는 다르게 많은 캠핑카들이 자리를 채웠다. 정말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캠핑카들이 전부 모여있다. 


수 억 원은 족히 되어 보이는 대형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에서부터 집 뒤뜰에 있는 창고 등에서 직접 개조한 것 같은 캠핑카까지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무슨 거대한 캠핑카 모터쇼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차에 관심이 많거나 캠핑카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지난 여행기에서도 적었지만 로키 국립공원의 캠핑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지가 된다. 워낙 거대해서.. 걸어서 캠핑장을 다 돌기도 벅차다. 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캐나다 로키 캠핑카 여행에서 신세 많이 졌던 작은 캠퍼밴. 겉으로 볼 때는 저 정도 크기지만 실내는 생각보다 넓다. 잘 때가 되어 소파를 뉘어 침대로 세팅해본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창문을 다 가리고 나니 나름 아늑한 침실로 뒤바뀐다. 


이후 캠핑카에서 대략 7박 정도를 하면서 매일 밤 이 작업을 동일하게 해야 했다. 차를 세우고, 전원을 연결하고, 식수를 연결하고, 오수를 버리고, 짐을 정리한 뒤 소파를 뉘어 침대로 만들고, 바닥 담요를 깔고 이불을 널고, 창문을 하나하나 전부 가리고. 


처음에는 무척 번거롭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박을 거듭할수록 몸이 먼저 움직이니 세팅 시간이 점차 단축되었다. 이 정도 고생은 경험과 재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캠핑카 여행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합리화를 하며..



캠핑카에서 보내는 첫날 밤. 잠이 쉬이 오지 않아 잠시 새벽에 밖으로 나와본다. 캠핑장 안에는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져 있다. 캐나다까지 잘 도착했다는 사실과, 캠핑카를 잘 렌트하고 국립공원도 무탈하게 입장하고, 걱정되었던 캠핑카 운전도 생각보다 쉬웠고 전원이나 식수 연결 등도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곧잘 문제없이 해내었다. 


긴장이 한순간 풀려서인지 잠이 오는 게 아니라 되레 깨어 한참을 캠핑카 밖에서 서성거린 기억이 난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 맞이한 캠핑장의 아침은 정말 아름답고 상쾌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글과 사진 전부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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