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마운틴 빌리지 캠프그라운드에서 설퍼산 곤돌라 주차장까지는 차로 20분 걸렸다. 캠핑카 운전에 자신이 붙기 시작한 시기. 로키 여행이 정말 좋았던 건 어딜 가도 날씨와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는 거? 한국의 공기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집을 나설 때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맑은 공기를 원 없이 마시는 게 소원이 된 걸까
로키 국립공원 내 주차장엔 캠핑카 주차구역이 따로 있다. (없는 곳도 있다) 좌측 사진은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곳이고 우측 사진이 캠핑카 주차 구역이다. 일반 승용차 주차구역엔 캠핑카를 주차할 수 없다. 해서도 안되지만 할 수도 없다. 주차 면적이 차에 비해 워낙 작다.
벤프 설퍼산 곤돌라 주차장의 캠핑카 주차 구역은 한 단계 높은 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어찌 보면 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게 주차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반 차량 주차구역은 만석이어도 종종 캠핑카 주차구역에 자리가 남아돌 때가 있어서.
설퍼산 곤돌라 탑승 스테이션에 가서 입장권을 사고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곤돌라에 탑승한다. 곤돌라가 스테이션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나 햇살이 쏟아진다. 바깥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곤돌라는 순식간에 스테이션을 떠나 장엄한 자연의 품으로 솟구친다.
설퍼산 곤돌라는 로키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쉽게 설퍼산 정상에 올라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도 멋진데 사실 올라가는 풍경 역시 멋지다. 점점 더 멀어지는 스테이션과 맞은편 산과 눈높이가 비슷해지는 놀라운 경험.
곤돌라는 설퍼산 정상까지 간다. 정상 높이가 대략 2,200미터여서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좀 무서울 듯
정상에 다가가면 이런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못 가겠다고? 너무 아쉽지 않은가?! 설퍼산과 벤프를 둘러싼 고트 산맥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도 보인다. 어느덧 정상에 도착. 아래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진짜 까마득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캐나다 로키, 벤프의 풍경은..
숨 막히는 절경은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청정한 공기, 그리고 그 밑에 펼쳐진 하얀 눈옷을 입은 고봉들과 푸른 숲, 그 사이에 살포시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과 에메랄드 빛 강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정상에는 3층짜리 건물이 있다. 전망대, 커피숍 등 편의시설로 가득하다.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 풍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난간에서 풍경을 보고 있다.
곤돌라 정상에서 나무데크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보이는 기상대가 나타난다. 설퍼산 정상을 조금 더 구경한 뒤에 넘어가 보도록 한다. 전망대의 어디를 보아도 나타나는 건 절경뿐이다. 사진에 담아도 담아도 절경..
해발 2천 미터라고 딱히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불을 피어놓았다. 뭔가 알프스의 별칭처럼 지구의 지붕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높다란 상봉 우리가 산너머 산너머 산너머 산너머를 이루고 있다. 정상을 구경할 만큼 구경하고 맞은편 기상대로 향한다.
그곳은 샘슨 피크라 한다. 예전에는 기상 관측대로 사용된 작은 오두막 같은 곳으로 나무데크로 연결되어있다. 나무데크를 걷기 시작한 지 수 분 뒤돌아보니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나무데크를 걷는 길도 풍경이 정말 멋지다. 멀다고 안 왔으면 진짜 아쉬울 뻔
하지만 본격적으로 돌산으로 이어지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가지 진짜 끝까지 가야 하나 끝까지 가기에는 좀 멀어 보이는데 조금만 더 가보자 조금만 더 가보자.. 이러다가 그냥 끝까지 가버렸다. '켠 김에 왕까지'
저기 보이는 오두막 같은 것이 예전에 기상관측용으로 사용된 곳이다. 이 곳에서 보는 풍경은 전망대에서 본 풍경과는 또 다르게 절경이다. 벤프 시내와 호수 강 모든 것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렇게 그때 상황을 재현해둔 모습. 반대편 전망대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덕분에 쉽게 발을 뗄 수가 없다.
전망대에서 풍경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귀여운 다람쥐 한 마리가 주변을 서성인다. 맑은 자연 속 동물을 보는 것도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의 커다란 재미다.
나무 데크를 걷다 보면 캐나다 산불이 왜 한 번 나면 거대하게 번지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보인다. 빽빽.. 하게 들어찬 나무들. 숨쉬기 조차 힘들어 보인다. 청정공기의 원천이랄까.
다시 전망대로 돌아와서 기념품 한번 훑어준다. 기념품 가게는 들를 때마다 신기하다. 온갖 예쁘고 귀여운 물건이 많아 눈을 사로잡지만 쉽게 지갑이 열리진 않는다. 건물 안에는 스타벅스 매장도 있다. 해발 2천 미터에 있다고 맛이 달라지진 않겠지
설퍼산 정상을 맘껏 즐기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 본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속도감이 느껴지는 곤돌라. 설퍼산 정상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다. 다만 수 시간은 걸릴 것 같다.
지상에 있는 곤돌라 스테이션에도 기념품 가게는 있다. 역시나 한 번 훑어주고 지갑은 굳게 움켜쥐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벅이라 자랑하는 곰인형도 한 번 본다. 캐나다 로키여행 후기를 보면 곰을 실제로 보았다는 내용이 간혹 보인다. 과연 이번 여행에서는?
탑승장을 나와 다시 한번 곤돌라를 본다. 새삼 진짜 저 끝 안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니..
캠핑카 주차구역으로 가는 도중, 곤돌라 모양이 귀여운 쉼터가 보인다. 남들이 다들 가는 곳엔 이유가 있다. 벤프를 간다면 설퍼산 곤돌라를 꼭 타보라더니 정말로 멋지고 수려한 자연풍경을 볼 수 있어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었다.
캠핑카 전용 주차구역으로 가서 다시 차량에 올라 이번엔 벤프 시내로 향한다. 스위스의 산악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벤프 시내를 구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