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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26. 2015

한 편의 거대한 블록버스터,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

한 달 전, 모나코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해 글을 썼다. 원래는 작년에 경험했던 3개 도시(모나코/니스/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연재를 끝내는 것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에 미루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시기상으로는 약간 늦었지만 그래도 소개해본다. 이번엔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


https://brunch.co.kr/@lainydays/11



모나코에서 우연찮게 맞닥뜨린 크리스마스 마켓이 너무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파리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다. 낭만과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얼마나 멋지고 개성 넘칠까? 하지만 파리에 도착한 날짜가 12월 25일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하려나..?'라는 걱정이 들기도..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위해서는 일단 샹젤리제 거리로 가면 된다. 샹젤리제 거리 자체가 크리스마스 및 연말 분위기로 충만한데..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거리의 양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행히 연말까지 넉넉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규모가 매우 크다. 샹젤리제 거리의 초입부터 콩코드 광장까지 상당히 긴 도로에 걸쳐 마켓이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부 구경해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되면 이내 지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한 번에 다 볼 생각을 버리고,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버리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가볍게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마켓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뻔하지만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 같다. 그저 뻔한 영화는 평단과 관객 모두의 외면을 받지만, 뻔하지만 매우 잘 만든 영화는 평단의 외면을 받을지언정 관객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자고로 이런 마켓은 규모가 크지 않은 공간에 각종 물건과 상인 그리고 구경꾼이 내뿜는 오밀조밀하고 꽉 찬 에너지가 느껴져야 하며, 지역색이 드러나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개성적인 물건이 진열되어야 하며, 상업적  의도보다는 지역 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즐기는 소박한 축제 분위기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런 개성 넘치는 독립영화와도 같은 특징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일단 규모가 거대하여 마켓이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또한 물건들은 어디선가 본듯한 뻔한 것들이며, 지역 축제라기엔 거대 자본이 참여한 모습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평론가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아쉬움의 발로일 뿐, 관객들은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다. 즐길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게 그나마 문제일까. 거대한 규모는 덕분에 접근성을 좋게 한다. 어느 지점에서든 샹젤리제 거리에 접근하기만 하면 마켓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다채로운 상품은 마켓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를 만족시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에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샹젤리제 거리로 향하자. 재미와 흥미가 보장된 거대한 블록버스터 마켓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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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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