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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1. 2019

미려한 아름다움, 코우리 대교

조화와 상생

서울 한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을까?


가끔 퀴즈쇼에 나오는 질문이다. 궁금하긴 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나 택시나 자차로 한강을 건널 때마다 그 풍경에 '서울에 한강이 있어서 참 좋다' 생각하면서도 한강에 다리가 총 몇 개나 될까?라는 질문을 해본 적도 답을 찾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서울에 있는 무수히 많은 다리 중 제일 좋아하는 다리는 있다. 바로 원효대교. 이 다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생김새(디자인)다.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고 매끈하게 만들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이목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행을 갈 도시를 결정했으면 이미지 검색을 하며 그 도시 내에서도 어디를 갈지 정하곤 한다. 오키나와의 경우 섬과 섬을 연결하는 어느 한 다리 사진을 보고 막연히 그곳이 가고 싶어 졌다. 그 다리의 생김새가 원효대교 마냥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하고 미려했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소개할 코우리 대교다. 



코우리 대교로 가기 위해 오키나와 북부로 향한다. 오키나와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건 확실히 분위기가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것? 물론 오키나와는 화산섬이 아니니까 근본부터가 다를 수 있지만 딱히 우리나라는 휴양과 어울리는 곳이 제주도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코우리 대교는 코우리 섬과 야 가지 섬을 이어주는 다리로 2005년에 개통됐다. 길이 1960m의 이 다리는 통행료가 없는 일반 도로로는 일본에서 가장 긴 다리이며 길고 쭉 뻗은 모양새 덕분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고 그 밑을 지나가는 푸른 바다와 주변의 아름다운 해변 덕분에 경치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정말이지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필요한 것만 모아서 만든 것 같은 생김새다. 원효대교를 닮은 이 풍경이 보고 싶어서 멀리서 찾아왔다. 대교도 예쁘지만 그 밑을 흐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이름 없는 해변도 너무나 예쁘다. 오키나와가 제주도보다 나은?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제주도는 이름난 해변엔 어김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반해 오키나와는 예쁜 해변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다는 거? 


제주도보다 오키나와가 더 해변이 많아서 그런 건가.. 중국인 관광객이 적어서 그런 건가..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코우리 대교 밑으로 지나가 건너편에 있는 다른 해변으로 가본다. 반대편에 펼쳐진 또 다른 아름다운 해변.



너무나도 아름다운 코우리 대교. 잔기술을 쓰지 않고 우직하게 별 다른 치장 없이 예쁜 다리라고 생각한다. 비가 그치자 해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날이 완전히 개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도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 한가로이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풍경을 채우기 시작한다. 물은.. 당연히 맑다. 꽤나 깊은 곳까지 다 보이는 수준.



참고로 다리 양쪽 끝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너무나도 예쁜 자갈해변과 그 위를 거니는 깨끗? 해 보이는 게. 날씨가 조금 더 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다음 날에도 오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넓었다. 


'다음에 다시 와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행지와 '다음엔 못 오겠지'라고 생각해야 하는 여행지는 떠날 때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 



코 우리 섬의 다른 쪽으로 넘어가 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이 제주도에 있었다면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텐데 여기는 이렇게나 예쁘면서 사람 없이 한적하다. 코우리 섬을 보러 온 게 아니라 대교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섬 안쪽으로 들어가진 않고 계속 다리 주변을 맴돌아본다.


코우리 대교와 해변이 잘 보이는 바위더미 위에 앉아서 석양을 기다리다가 문득 몸을 돌려 한적한 어촌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지만 내 눈에는 전부 다 달라 보이는 사진들. 누군가 오키나와 여행을 간다고 하면 꼭 코우리 대교를 가라고 추천할 것이다. 살짝 올라간 저 상단의 부분이 참 섹시하다고 생각. 봐도 봐도 어여쁜 코우리 대교는 반했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코우리 대교와 해변을 담기 위해 올라간 방파제? 꽤나 높고.. 꽤나 길게 뻗어있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오키나와의 바다 풍경. 언젠가 어느 블로거의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찍고 그걸 올린 걸 본 적이 있는데 나 역시 이번에 계속 같은 각도에서 코우리 대교를 찍은 사진을 반복해서 올리고 있다. 남들 눈엔 별 차이도 없을 텐데.. 이게 내 맘에 썩 들었나 보다. 



코우리 대교 여행의 보너스. 다리 건너에 있는 쉬림프 웨건이다. 가볍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인데 그 맛이 꽤나 기대 이상이다. 하여 한국인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방문했다. 혹자는 하와이에 있는 쉬림프 트럭보다 이 곳이 더 맛있었다고 하니 코우리 대교와 함께 또 놓쳐서는 안 될 명소인 것 같다. 


고작? 섬과 섬을 이어주는 대교 하나를 보겠다고 멀리서 찾아온 걸 보면 관광자원이란 게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만든 인공물도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건축물이 현대 도시에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긴 하구나 라는 생각도. 편의성뿐 아니라 디자인도 비용도 미학적으로도 관광자원으로서도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다. 


문득.. 코우리 대교가 저런 단순한? 생김새를 띨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맑은 해변 사이에서 화려한 기교를 부렸으면 무릇 눈살이 찌푸려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참고로 서울에는 총 28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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