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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Nov 27. 2019

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

https://brunch.co.kr/@lainydays/52 > 같이 읽으면 좋은 글


항공사를 선택할 때 기내식은 큰 고려요소가 아니다. 항공사 별로 기내식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 일정과 비용 등에 맞추다 보면 기내식이 선택의 폭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게다가 저가항공의 단거리 노선의 경우 기내식을 아예 안주는 곳도 있다보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비행기를 탈 때 마다 '이번엔 어떤 기내식이 나올까?' 라고 은근히 기대되는건 숨길 수가 없다.


09년 이후 해외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기내식을 접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봤던 시기엔 기내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에 담았는데 자주 타다 보니 그마저도 지겨워 몸속에 담기 바빠 사진에 담는 것을 놓친 기내식도 많았다. 그래도 한 번 구경해보자. 어느 항공사 어느 노선에 어떤 기내식이 나올까?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이며 100%개인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적었습니다)



# 대한항공_2009년_한국 : 홍콩


한국에서 홍콩을 갈 때엔 비행시간이 대략 3시간 남짓이다. 짧은 비행시간이기에 기내식도 딱 한 번 단출하게 나온다. 메인요리로는 데워져 나온 오므라이스가 나왔다. 맛은 그저 그랬다. 쟁반은 플라스틱 재질에 상당히 작은 크기. 사이드 메뉴로 소프트빵 한 조각과 버터, 그리고 오렌지 주스와 샐러드가 나왔다.



# 핀에어_2012년_한국 : 헬싱키


편도 약 9시간 비행이라 기내식이 두 번 나온다. 사진은 그중 첫 번째. 메인 요리로는 고기 볶음밥이 나왔다. 맛은..역시 그냥 그랬다. 고기가 야채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쟁반 사이즈는 작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에 음식이 담겨져 있다. 사이드 메뉴로 작은 패키지에 담긴 김치 맛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카스타드는 안과 밖의 기압 차 때문인지 오밤중에 폭식한 내 배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 외 소프트 롤은 퍽퍽해서 바로 그 아래에 있는 치즈를 잘 묻혀서 먹었다. 카스타드 옆에 있는 과자는 쟁여놨다가 배고플 때 간식으로 냠~



두 번째 기내식. 메인 요리 왼쪽은 나물 볶음밥, 오른쪽은 치킨 파스타였다. 역시, 맛은 그저 그랬다. 생각해보면 기내식은 맛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먹는 게 아닌가 싶다. 적당히 포기하면 의외로 맛있기도 하고, 차라리 사이드로 나오는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큰 듯. 쟁반 크기는 역시나 작았고, 일회용 용기에 요리가 담겨져 나왔다.


뭔가 소프트 롤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맛도 처음 나왔던 퍽퍽한 소프트 롤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추장이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 있는 것도 재밌다. 그나저나 저 생수통은 왜 바뀐 걸까.. 같은 업체를 써야 박리다매가 가능한 거 아닌가;;



# 핀에어_2009년_헬싱키 : 한국


메인 음식으로 왼쪽은 무슨 볶음면이었고 오른쪽은 오믈렛이었다. 오믈렛의 경우 '어라? 제법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분홍색 생수 컵과 퍽퍽한 소프트 롤, 그리고 빵빵한 카스타드 등이 컴백했다. 다만, 비스킷은 그 종류가 바뀐 상태!! 도대체 모르겠다!! 핀란드로 갈 때 비행기에서 준 스낵이랑은 왜 또 종류가 달라진 것인가!! 잘 보면 고추장 튜브도 보인다. 아까 그 비행기에서는 작은 통에 들어 있었는데.. 왜 이번엔 또 튜브로 준거지-_-a



# 대한항공_2013_한국 : 홍콩


역시나 딱 한 끼 준다. 특이점은 이때 처음으로 에어버스의 대형 여객기 A380을 탔는데 엄청난 덩치의 녀석이 육중하게 올라가는데 어찌나 부드럽게 상승하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최신 기종이라 그런지 실내도 청결했고 좌석 간 너비도 괜찮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비행시간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역시, 큰 게 최고야!!


2009년 홍콩 갈 때 대한항공에서 줬던 기내식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 특히 수저가 일회용이 아니라 있어 보이는 금속제를 준다. 일반 식당에서 먹는 느낌. 그리고 밥이든 간식이든 아래 그릇을 받쳐준다.


메인 요리로는 미트볼 오믈렛 감자 찜(?)이 나왔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또 주문해볼까..라고 생각했던 메뉴. 하지만 조금 느끼해서 콜라를 주문했다.


소프트 롤 빵은 핀에어만큼이나 맛없었지만 중앙에 작게 포장된 파인애플은 입가심으로 먹기 안성맞춤. 상단에 보이는 검은색 플라스틱 생수통은 블랙 에디션처럼 간지 난다. 그게, 생수 맛과는 전혀 상관없겠지만-_-a



# 2015_타이항공_한국 : 방콕


2015년 방콕을 갔을 때 타이 항공에서 제공해준 기내식. 인상 깊다. 일단, 저 소프트 롤. 그간 어떤 항공사에서 준 빵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퍽퍽하지 않고 적당히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파리크라상에서 파는 고급 모닝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메인 요리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겨 작은 접시 위에 서빙된 대한항공이랑은 달리, 아예 요리가 플라스틱 접시에 정성스레 담겨있다. 그리고 기내식 쟁반? 도 상당히 고급진? 나무로 되어 있다. 마치 방콕 도착하기 전부터 뭔가 마사지 샵에 가서 힐링하는 느낌?


왼쪽 아래에 보면 12년 핀에어에서 받은 작은 김치를 여기서도 사용한다. 저 김치회사 어디지.. 편의점에서 본 것도 같다. 뭔가 비행기가 타고 싶은데 시간과 돈은 없고 느낌만 살리고 싶으면 편의점에 가서 저 김치를 구입해서 먹어보자(...) 고추장 역시 핀에어와 같은 회사 제품을 쓰는 것 같다. 그리고 여느 항공사에선 볼 수 없던 김을 기내식으로 준다. ㄷㄷ


놀라운 건 얘네들이 전부 플라스틱 접시에 잘 정돈되어 담겨있다는 거? 그냥 나무 쟁반 위에 툭툭 두었으면 부피가 작아서 처치 곤란이었을 텐데. 타이 항공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건 바로 좌상 단과 우상단에 있는 컵. 좌상단에는 굉장히 예쁘고 고급진 유리컵이 있고 우상단에는 플라스틱 커피잔이 있다. 각각 와인/음료나 커피를 담고 분위기 있게 마시기 좋다. 오.. 타이항공..



방콕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이런 빵 종류의 간식을 또 준다. 포장이 정말 센스 있고 세련됐다. 그냥 아무 무늬 없는 종이 포장지에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맛은 그다지..



# 진에어_2015_한국 : 오키나와


오키나와도 김포공항에서 2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매우 간단한 식사? 간식?을 제공했다. 작은 종이봉투에 삼김(돌아올 땐 바나나), 빵, 잼 그리고 센스 있게 물티슈가 들어 있다.


삼김은 사실 맛있는 종류인데 데워먹을 수 없으니 아쉬웠고 저 빵은.. 도대체 모든 항공사 공통인가 퍽퍽한 동그란 빵..-_-a 타이 항공을 보고 배우라!!! 기내(간)식에 대해선 워낙 구성이 단출하여 별 달리 더 할 말이 없다.



# KLM_2015_한국 : 포르투


2015년 포르투갈을 갈 때 이용했던 KLM 항공. 꽤나 인상적이었다. 일단 쟁반부터가 싸구려 플라스틱이 아니었고, 나무로 얽은 과일 바구니 디자인의 종이를 깔아 두어 마치 피크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생수도 작은 플라스틱에 준 게 아니라 0.3ml 정도 되는 생수통을 주는 게 너무 맘에 들었다.


메인 요리가 은박지에 덮여있는 게 아니라 저렇게 비닐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다만, 맛은 그냥 그랬다는 거.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이 공통으로 쓸 것만 같은 저 작은 김치는 여기서도 보이고, 메인 요리 위에 올라간 빵은 그간 소프트 롤과는 모양이 달라서 이색적이었다. 맛도 괜찮았다. 마치 작은 바케트 빵을 먹는 느낌?


과일 샐러드와 야채샐러드가 함께 있는 것도 좋았다. 자칫 더부룩할 수 있는 배에 부담을 덜어주니까. 그리고 KLM을 탔으니 맥주는 하이네켄으로!



두 번째 기내식도 구성은 유사했다. 빵 종류가 바뀌었는데 촉촉한 소프트 롤(모닝빵)이 나왔다. KLM 만세!! 타이항공에 이어 뭔가 이런 이색적인 구성과 정성, 세심한 배려로 기억에 많이 남았던 기내식..



# 핀에어_2016_한국 : 헬싱키


2016년 아이슬란드에 갈 때도 핀에어를 이용했다. 작은 김치와 고추장 튜브, 그리고 소프트 롤과 스낵은 4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밥상? 위에 올라간다. 해당 회사 주식을 살 걸...


쟁반 크기가 작고 귀여운 것이 특징이며, 마리 앤코와 디자인 협업은 계속된다. 참고로 저건 티슈. 수저나 포크 등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메인 요리는 치킨 감자 어쩌고였는데 역시나 맛은 그냥 그랬고 생수 회사가 국내 회사로 바뀌었다. 소프트 롤 옆에 있는 까만 건 브라우니 같은 케이크류였는데 꽤나 맛있어서 아직까지 기억난다.



2016년 아이슬란드 가는 길에 두 번째 기내식이었는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받은 기내식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빵이 달라졌고, 우측 위를 보면 무려 연어 샐러드가 나온 걸 볼 수 있다. 역시 연어의 고향 북유럽.. 겨우 두 점 들어있긴 했지만 기내식에서 연어가 나온 건 이때가 처음.



# 하와이안 항공_2018_오아후 섬 : 마우이 섬


2018년 하와이 오아후 섬에서 마우이 섬으로 갈 때 하와이안 항공에서 제공해준 기내식?이다. 이걸, 기내식이라 할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50분 정도 되는 비행에 목마르지 말라고 준 음료다.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는데 이렇게 가볍게 주는 기내식은 꽤나 즐겁다.


이렇게 글로 쓸 줄 알았으면 비행기 탈 때마다 기내식 꼬박 찍어두는 건데 아쉽다. 역시 모든 사진으로 남기고 봐야 하는 건가..


지상에서라면 굳이 보지도 먹지도 않을 음식들이지만 나름 수 천 미터 상공에서는 그 역할을 다 하는 기내식. 항공사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아니어도, 승객들의 즐거움과 영양 그리고 건강을 위해 식단을 구성하고 위생에 신경 써가며 만들며 한 명 한 명에게 서비스해주는 사람들의 숨은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맛있게 즐겨보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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