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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10. 2019

울퉁불퉁 아기가 만든 듯

아이슬란드 카틀라 지오파크

익숙해지면 용기가 생긴다


시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맞이한 세 번째 아침 이제는 몸도 제법 아이슬란드에 적응해서 여행에 대한 욕망으로 꿈틀거리던 때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호텔 아이슬란데어 비크. 거실에서 레이니스드란가르가 보인다. 날씨가 맑으면 가시거리가 길어져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구나. 


조식 패키지를 구매하여 아침 일찍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호텔을 예약할 때마다 조식 포함은 필수였다. 호텔 정말 깔끔하다. 북유럽 인테리어 그대로.


뭔가 건강식으로 가득했던 아이슬란데 어 호텔(icelandair hotel) 조식은 나 같은 사람이 즐겨 먹을만한 불량하고 유치한 맛의 음식들이 없었다. 아이슬란드의 어느 호텔을 가든 뭔가 유럽 대도시 호텔의 그런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백하고 건강하며 적은 양의 조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이 호텔 조식 메뉴 중 내가 가장 맘에 들어했던 것은 바로 이 와플(기계)이다. 직접 와플 소스를 구이틀에 부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이게 꽤나 생각보다 맛있었다. 아이슬란드 호텔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적당한 양을 붓고 적당한 시간에 빼내는 게 핵심이다. 


처음 한 두 번은 욕심이 커서 제대로 된 와플 모양을 만들 수 없었는데 자꾸 하다 보니까 멋진? 와플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익숙해지고 잘 해낼 즘 떠나게 되지..



건물을 빠져나오니. 도착한 날 감탄하며 보았던 풍경이 익숙하게 펼쳐져있었다. 봐도 봐도 감탄사만 나올 뿐.  호텔 저~~ 멀리 맞은편에 주유소가 보였다. 아이슬란드 일주 내내 자주 들른 주유소. 언제 기름이 떨어질지 모르고 언제 주유소가 나타날지 몰라 보일 때마다 틈틈이 들어갔다.


아이슬란드 주유소는 좀 특별하다. 요즘이야 우리나라에도 주유소에 편의점이 붙어있거나 맥*널드나 버*킹 등이 같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주유소에 편의점이나 간단한 레스토랑? 등이 거의 함께 있는 것 같다. 간이 고속도로 휴게소 역할을 한달까..



셋째 날의 첫 행선지는 사실 Fjadrargljufur 협곡이었다. 그런데, 누차 말했듯 아이슬란드는 선을 그리는 여행이라 링로드를 따라 운전하다가 언제 어디서 멋진 풍경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 날에도 열심히 F...를 따라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 양 옆으로 희한한 풍경이 펼쳐져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한눈에 보기에도 용암이 뭉글뭉글 흐르다가 굳어버린 것 같은 풍경.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구경 중인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대략 안내판을 보니 멈춰 선 곳은 카틀라 지오파크.라키 화산에서 흘러내려온 용암으로 보인다.


위키백과에서 소개하는 라키 화산은 아래와 같다.

라키 산은 아이슬란드 남부의 단성 화산이다.  라키 산은 그림스뵈튼 화산, 엘드갸 단층, 카틀라 화산 등과 함께 화산대를 구성하고 있다.  934년에 대규모 분화가 있었다. 1783년의 분화에서는 대량의 용암과 화산재가 발생했다.



설명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바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글을 통한 이해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뾰족 뾰족 울퉁불퉁 솟아오른 용암들. 이 광활한 대지를 전부 덮어버린 용암. 얼마나 거대한 분출이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만약 지금 시대에 이와 같은 양의 화산 폭발이 있었더라면?



갓길 한쪽에는 뭔가 더 넓은 공간으로 연결되는 길이 보인다. 아마도 저기가 주차장인 것 같아서 차를 잠시 주차한다.  사실 이곳의 위치를 구글맵에서 표기하고 싶으나 그냥 비크에서 Fjadrargljufur 계곡을 향해 링로드를 따라가면 나와요..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아니면 카틀라 지오파크를 검색하거나.. 아니면 skaftareldahraun를 검색하거나.


워낙 많이 지나친다. 이름 없는 멋진 풍경을. 어디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장소들. 아이슬란드는 그런 풍경의 보고다.


짜게 식어버린 용암. 둥글둥글 모양이 재미있다. 이게 다 실제로 흘러 다녔을 거라 생각하니 흥미로우면서도 오싹하다. 용암탕 방로? 가 보인다. 길을 따라 가본다.



자연의 신비라는 말 외엔 표현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굳었길래 이런 괴이한 모양이 되었을고.. 뭔가 호러영화나 중세 귀신영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이다. 게다가 끝없이 펼쳐진 이 엠보싱은.. 몸을 던져 뛰어내려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폭신함이 느껴진다


용암이 흐른 뒤 약 200년의 세월은 굳어버린 용암 위에 새로운 생명을 낳았다. 자세히 보면 용암이 굳은 돌덩이 위로 포실포실한 풀? 털? 같은 게 나있는 게 보인다. 밟으면 먼지를 흩날리며 푹푹 들어간다.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새삼 다시 느꼈던 카틀라 지오파크를 뒤로하고 진짜? 행선지인 Fjadrargljufur 협곡으로 향한다. 어느덧 회색빛 텁텁한 용암이 굳은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릇한 들판을 잔잔한 강물이 가로지르는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그리고 머잖아 Fjadrargljufur 협곡에 도착했고 정말로 엄청난 풍경을 보게 된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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