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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13. 2019

장엄한 협곡의 위엄

아이슬란드 Fjadrargljufur


아이슬란드어는 굉장히 어렵다. 문자도 어렵고 발음은 더더욱 어렵다. 수많은 북유럽 언어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배우기 매우 힘든 언어라고 한다. 게다가 아이슬란드가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생소함도 한몫한 것 같다. 



Fjadrargljufur 협곡. 뭐라고 발음해야 할까? 프자르.. 글쥬퍼...... 음.. 포기하자. 비크에서 링로드를 따라 대략 한 시간 정도 운전하면 올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작은 다리를 지나 차를 멈춰 세운 뒤 도보로 대략 10여분 걸으면 도착 가능하다. 


이곳은 카틀라 지오파크 내에 있는 거대한 계곡? 협곡으로 웅장하고 멋진 절벽과 그 사이를 굽이져 흐르는 강으로 유명하다.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한데 저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마치 윈도 배경화면에 쓰일 것 같다.


협곡까지 걸어가면서 나를 스쳐 지나가는 트래커들이 참 많았는데 나 역시 시간만 많았다면 저 뒤를 쫓아가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한 참을 걷다가 오른편에서 뭔가 물소리가 들린다. 슬쩍 쳐다보니 협곡이 슬슬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앞만 보고 길을 걸으면 바로 옆에 저런 깊은 협곡이 있는 줄 세상모르게 된다. 발걸음을 왼편으로 옮기면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나 보던 광경이 나타난다. 뭔가 반지의 제왕에 나올 것만 같은. 이건 진짜 뭐 cg인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밑을 내려다보니 누군가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쉬고 있었다. 세상에. 시간만 많으면 나도 내려가고 싶은데.. 그나저나 색상 선택 참 좋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형광 주황색.



걷는 내내 뒤쪽으로 계속 함께 걸어왔던 커플이다. 남자, 목숨 여러 개인 걸까. 발 밑 흔적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저곳을 도전한 것 같다. 낯선 곳에 가면 쓸데없는 두려움과 함께 쓸데없는 용기가 생긴다. 시의적절하게 선택해서 발휘하자.


조금 더 확대해서 바라본 텐트.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텐트 밖으로 나오면 신천지.. 너무나도 부럽다. 왜 나의 인생은 저렇지 못한가!! 를 한탄해보았지만 내가 선택한 것 아닌가? 사실 맘만 먹으면 저렇게 할 수 있는데. 스스로가 묶은 제약에 힘겨워한다.



뭔가 도전의식을 부르는 길이다. 하지만 난 가지 않았다.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저 남자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안 쓴다는 듯 아무 곳에나 도전한다. 함께 온 여자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는 건가.


저런 곳에 올라가기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저곳은 좀 위험해 보였다. 남자도 내려올 때는 온 신경을 다 써서 내려온다. 보는 사람들도 다 조마조마했던 장면.



계곡 위에 있는 사람의 크기를 보면 저 절벽이 얼마나 높은지 대충 감이 올 수 있을 것. 저~~ 위에서 밑으로 데굴데굴 구르면.. 한 1분은 구를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절벽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이스터 석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멋진 풍경. '멋지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풍경


아이슬란드 일주에서 비주얼 쇼크 참 많이 받았는데 이 협곡만큼 한 방에 콱 맥인? 곳은 또 없었다. 눈에 강렬하게 콱!!!!!! 박힘..



굳이 저 엄청난 협곡이 아니더라도 이 곳은 그저 평화로운 이 풍경 자체만으로도 올 가치가 충분하다. 정말로.. 정말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강이 끝나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고 또 저 아래로 내려가서 거대한 절벽을 올려다보고도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럴 수 있을까? 내가 다시 아이슬란드에 올 수 있을까? 몇 번이고 반문했던 순간이다.



뭔가 엄청난 풍경을 맛보고 다시 이동했다. 바트나이외쿠틀 국립공원에서 빙하 워킹투어를 하러.. 가는 동안에도 엄청난 풍경은 계속 펼쳐진다. 차를 안 세우려야 안 세울 수가 없다. 만약 아이슬란드 여행 중 A에서 B로 이동하는 게 50분 걸린다면 대략 +20분 정도는 추가됐었다. 이렇게 풍경 구경하느라.


아닌 게 아니라 그냥 링로드를 따라 운전하는 것도 큰 여행의 일부다. 곳곳에 함정처럼 멋진 풍경이 도사린다. 이러면 안 돼! 빨리 다음 여행지로 가야 해!!라고 외치면서도 오른발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그리고 그 멋진 풍경엔 어김없이 차를 주차할만한 공간이 있다. 누가 봐도 멋진 풍경엔 잠시 차를 대고 쉬었다 가라는 게지



자, 이런 풍경이 보이니 어찌 차를 안 세울 수 있을까!! 도대체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리고 이 장소에 붙은 특별한 이름도 없을 테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풍경 자체가 사기급.


괴랄한 지형을 따라 흐르며 굽이치는 강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 게냐.. 정면에 보이는 절벽도 멋짐. 주변에 이미 여러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구경 중이다.


사진에선 전달할 수 없지만 콸콸콸콸 우렁찬 소리를 내며 물보라와 바람을 동반하여 흐르는 강은 참으로 시원했다. 딱 여기만.. 딱 이곳만 이렇게 격정적으로 흐르고는 조금 더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히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



아버지 돌 굴러와요.. 절벽 위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이 많다. 근데 뭐.. 소들은 한가롭게 풀만 뜯고 있네 사진에 보이는 저 농가? 는... 사람이 살긴 하는 건가? 돌 굴러올까 봐 걱정돼서 어디 뭐 사용할 수 있을까. 격정적인 강물 구경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차가 더 많아졌다.


다음 여행기에서는 아이슬란드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수천년 된 빙하 위를 걸어보는 체험을 해보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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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photo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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