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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16. 2019

저세상 풍경

아이슬란드 스카프 타펠 빙하 워킹투어




아이슬란드 여행의 하이라이트, 바트나이외쿠틀 국립공원 빙하 워킹투어의 날이 밝았다. 유럽 최대 규모인 바트나이외쿠틀 빙하의 면적은 대략 13,600 제곱 킬로미터. 아이슬란드 전체 면적의 13%라 한다. 덕분에 비행기에서도 쉽게 보이는 정도. 워낙 규모가 넓어서 비지터 센터도 아우스비르기, 호픈, 스카프 타펠, 스나이펠스토파 이렇게 4곳에 걸쳐있다.


나는 그중에서 스카프 타펠에서 출발하는 빙하 워킹투어를 예약했다. 바로 직전 여행지인 협곡에서 예상외로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빙하투어 예약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해서 사무실로 뛰쳐 들어갔다. 간단히 등록절차를 마치니 납치되듯 셔틀버스에 태워져 빙하를 향해 출발한다. 


이미 버스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빙하 워킹을 위한 채비를 단단히 마친 채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차창 밖으로 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안내원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큰 목소리로 가이드를 해준다. 




빙하투어 버스다. 몇 년 뒤 캐나다 캠핑카와 유사한 차다. 이런 우연이. 험한 지형을 달려야 하기에 꽤 튼튼하고 좋아 보이는 차를 운영 중이다. 오늘 우리 일행을 안전하게 모실? 가이드다. 이름을 물어보진 못했다. 저래 뵈어도 16년 기준 22살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돈을 벌고 있다. 새삼 대단해 보였다. 난 22살에 무얼 했더라..


함께 온 다른 셔틀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이 둥글게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내용은 지루하지만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에 가이드는 유의 깊게 들을 것을 요청했다. 



가이드가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해요'라고 말한 뒤 시크한 뒷모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매일 보면 저렇게 무덤덤하게 반응할 수 있는 걸까..


빙하까지 가는 길은 제법 돌이 많다. 아이슬란드 일주를 온다면 운동화 한두 개쯤은 버릴 각오로 와야 한다. 뜯어지거나 젖거나 잃어버리거나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운동화는 넉넉하게 가져오자.


가이드는 꽤나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가이드가?!!) 노부부가 심심치 않게 가이드에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이게 재앙이 될 줄이야.. 우리 불쌍한 청년 가이드



국적도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다양한 빙하 탐험대. 투어의 매력은 그 자체에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많다. 


빙하가 녹은 물이 발아래를 흐른다. 신발을 자세히 보면 첫 번째 사진에 있던 예약 센터에서 덧신은 트래킹화가 보인다. 빙하에 가까워질수록 빙하 녹은 물이 세차게 흘러내린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상하리만치 따스한 기온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이렇게 빙하가 녹아내리지 않는다고.



이상기온으로 인해 녹아내린 빙하 덕분에 간이 다리를 지나야만 했는데 빙하 녹은 물이 그 아래를 생각보다 거세게 지나간다. 멀리서 봤을 때 시커멓게 흙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빙하였구나.. 이상 고온 때문에 아래에서부터 녹고 있다.



빙하가 녹은 물줄기를 건너면 잠시 모여 본격적으로 빙하를 오를 준비를 한다. 뾰족한 저 장비를 신발에 착용하고 곡괭이를 점검한다. 가이드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장비 장착을 못할 경우 도와준다. 걱정 말자. 모든 준비가 끝나면 가이드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바로 출발한다. 저벅저벅.. 두근두근.. 드디어 빙하 위를 걷는구나!!!



이게 바로 빙하의 표면이다. 아직 지면과 가까워 빙하 위에 초코 파우더 마냥 흙덩이가 묻어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아이슬란드 빙하에서 촬영했다지?!!



중간중간 빙하가 녹은 물이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가이드는 몸소 시범을 보이며 한 번 마셔보라고 한다. 나도 한 번 동참. 빙하 물이 얼마나 맛있겠어? 했는데 웬걸!! 허.. 여태껏 마셔본 물 중 제일 맛있어!!(기분 탓이겠지..) 내가 먼저 시도해보자 이윽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저~~ 높은 곳에서부터 졸졸졸 빙하 녹은 물이 흐른다. 수천년 된 물이지 그야말로. 빙하 워킹투어를 올 땐 반드시? 빈 생수통 하나 챙기자. 이렇게 수천 년짜리 물을 기념으로 담아갈 수 있다. 어차피 국내 반입은 불가하니 여행 내내 즐겨마시면 된다 : )



빙하수로 목을 축이고 워밍업을 하고 나니 가이드가 본격적으로 빙하 위를 걷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이드를 따라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들.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빙하는 단단했고, 신발은 안정적으로 잘 박혀 미끄럽지 않았다.


말 그대로 수천년 된 빙하 위를 걷는 기분은 매우 독특했다. 언제 이렇게 빙하를 내 눈앞에서 보고 그 위를 걸어보겠어?라는 생각에. 가이드는 일행들의 사진을 돌아가며 찍어주었다. 평범한 포즈도 취해보고 뭔가 재미난 포즈도 취해본다. 이런 곳 이런 때가 아니면 취할 수 없는 괴상한 포즈들도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가이드의 주문에 따라 여러 포즈를 취하는 중. 뒤를 보면 알겠지만 높이가 꽤나 높다. 그리고 아까 본 빙하가 녹아 흐르는 작은 물줄기는 뒤에 보이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어디론가 흐른다. 빙하의 겉표면. 딱히 색다를 게 없지만 색다른 느낌이다(...) 수백수천 년의 세월 동안 녹고 얼고 녹고 얼고.. 귀찮지 않을까..



가이드는 빙하 위에서 이동 시 자기 뒤로 일렬 이동할 것을 주문했다. 단단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곳곳에 구멍? 크레바스? 같은 것들이 있다. 뭐 이런 거? 이런 거는 눈에 보이니 그나마 괜찮은데 눈에 보이지 않아 밟았을 때 드러나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졸졸졸졸 빙하 표면 곳곳에 물줄기로 움푹 파인 자욱이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거대 구멍. 이런데 빠지면 진짜 찾을 수도 없다. 생각보다 넓어서 성인 남자 한 명도 쉽게 들어갈 정도였다. 조금 뚱뚱하면 배에서 걸리려나.. 그나저나 정말 깊이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적인 느낌.



문득 고개를 올려다보니 완만한 경사는 거의 끝나가고 가파른 경사의 빙하 절벽이 보인다. 보면 알겠지만 산등성이를 타고 빙하가 넘실~하고 넘어와서 밑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바로 직전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본 용암이 굳은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의 모습. 그야말로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이윽고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빙하 워킹투어. 총 투어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인데.. 1시간 동안 빙하를 향해 차-도보로 가고 1시간 정도 빙하 위를 걷고 다시 1시간 동안 도보-차로 이동하는 코스다.


가이드에게 주고 싶은 사진


경사가 가팔라져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게 불가능했다. 빙하 워킹투어의 끝은 바로 이지점이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얼음 장벽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빙하 워킹투어 내내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은 저 여사님. 안전상의 이유로 가이드 뒤만 따라오라고 해도 말 안 들으시고 여기저기 본인의 발자취를 남겨 일행의 눈총을 사셨던.. 그래도 노부부가 함께 여행 다니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이다.



말썽꾸러기 할머니는 끊임없이 가이드를 괴롭혔다. 말을 안 할 때는 행동으로, 말을 할 때는 그 말로 괴롭혔다 불쌍해 청년.. 남의 돈 받고 일하는 게 그렇게 괴로운 거다.



이제 슬슬 빙하를 타고 다시 내려올 시간. 내려올 때는 올라왔을 때랑 다른 길로 걷는데 올라올 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 저런데 빨려 들어가면 세이 굿바이.. 드디어 빙하와 땅이 맞닿는 지점.. 빙하 워킹투어 종료!!



사실 넓게 보면.. 그냥 집 근처 얼어버린 땅 위를 걷는 거랑 별반 다를 거 없다.. 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느낌이 풍경이 하늘과 땅끝 차이다,. 진짜 수천년 된 빙하인걸.. 아이슬란드에 온다면.. 꼭 한 번 해보자. 돈이 좀 들긴 해도 꼭 한 번 해보자 느낌이 너무 색다름..


적당한 평지에 모여 신발을 구속했던 장비를 벗어던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차를 타고 다시 예약센터로 복귀! 서울러 센터 안으로 들어간다.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충분히 즐거웠다. 가이드도 괜찮았고 코스도 괜찮았고 차량도 장비도 만족! 센터 안에는 몸을 녹여줄 따스한 커피도 대기 중. 본인이 신고 온 신발을 의자 속 공간에서 찾아 신고 센터를 스윽 둘러본 뒤 다음 행선지로!!!


다음 행선지는.. 이어지는 아이슬란드 여행의 하이라이트

요쿨살롱 빙하호수 크루징!!! 이건 또 다른 의미로 어메이징 한 경험이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기 전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D


words&photo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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